휴지기제, 입식제한, 반입금지로 피해 가중

▲ 지난달 26일 전남도청 앞에서 400여 오리 사육농가들이 운집해 ‘오리산업 말살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리 못 키우게 해서 사육농가 다 죽이는 게 방역이냐”며 농가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오리협회
리 휴지기제 시행과 입식제한, 반입금지 조치 등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정책이 오리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오리사육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리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AI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법적 근거도 없는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추진했고, 180개 오리사육 농가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전남지역을 비롯한 전국 시ㆍ도, 시ㆍ군에서도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며, 전국의 약 300여개 오리농가에서 오리를 사육하지 못하고 있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지난 1월 10일 이후 AI가 발생하지 않아 AI 방역 실시요령(SOP)에서 정하고 있는 이동제한 해제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휴지기 농가 외에 정상 농가에 대해서도 AI 방역지역 내 100여농가가 이동제한 조치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AI 발생 시 살처분 비용 부담과 사육시설폐쇄를 운운하며 의도적으로 입식검사를 지연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농가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오리사육 농가들은 주장했다.

이와 함께 AI가 발생한 전남, 전북 이외 지역에서는 AI 발생지역에서 생산된 가금류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그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는 AI 검사를 강화해 방역관들이 2~3일 간격으로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농장출입을 하게 하는데, 이로 인해 AI가 확산된 사례가 있다며 방역을 위한 검사가 아닌 ‘검사를 위한 검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오리협회 광주전남도지회는 지난달 26일 전남도청 정문 앞 광장에서 ‘오리산업 말살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정부의 AI 방역대책에 대해 규탄했다.

이날 오리협회 김병은 회장은 “정부는 지난 15년간 총 11차례 AI발생을 겪었으면서도 농가와 계열업체를 옥죄는 규제만 강화하고 AI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뒤늦게 내놓은 오리사육 휴지기제는 진정한 방역대책이 아님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데 정부는 오리사육 휴지기제의 효과를 자화자찬하기에만 바쁘니 오리산업 종사자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김 회장은 “오리 휴지기제 시행, 입식제한, 반입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오리고기 생산이 급감해 오리가격 상승과 오리소비 급감으로 이어져 오리산업 전체가 붕괴 위험에 빠졌다”면서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오로지 ‘방역을 위한 방역’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이는 오리 산업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오리를 못 키우게 해서 사육농가를 다 죽이는 것은 방역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에 오리협회는 ▲오리산업 말살 획책 즉각 중단 ▲오리사육 농가의 생존권 보장 ▲오리입식제한 조치 즉각 해제 ▲오리사육 휴지기 보상 제도 현실화 ▲AI를 옮기는 불필요한 검사 폐지 ▲오리산업 진흥과 AI 예방의 근복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마광하 광주전남도지회장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3월 중순 이전에 농식품부 앞에서 전국 오리농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병은 오리협회장을 비롯해 마광하 광주전남도지회장, 사육농가 대표 2인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회장에서 삭발투혼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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