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혁 농촌지도자음성군연합회장

오리산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고병원성 AI와 평창 동계올림픽 여파로 인해 졸지에 가금산업을 위기에 내몬 장본인으로 각인되어 온갖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서자’ 취급도 억울한 마당에 이제는 강제로 사육까지 금지시키는 악법을 시행해 오리 사육농가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26일 전라남도 무안군 소재 전라남도청 앞에서 광주·전남도내 400여 오리농가들은 집회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고 절박함을 담아 생계 대책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간 광주·전남도 오리 농가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오리 사육 휴지기제 시행 문제점, 예방적 살처분 농가 생계안정자금 지원, 방역관의 잦은 농장 출입에 따른 AI 확산 우려 등 긴급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건의해 왔다. 그러나 오리 농가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귀담아 주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무엇보다 오리 사육농가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반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오리 휴지기제’이다. 오리 휴지기제는 지난해 10월 31일 지자체가 가축 사육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일부가 신설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AI가 부담되는 대부분 지자체는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휴지기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살처분 비용을 전액 부담시키고 농장 폐쇄, 사육 제한 등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어 법적 분쟁까지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리 휴지기제(휴업보상제)를 통해 지난해 11월 1일부터 2월까지 3년 이내 2회 이상 AI가 발생한 위험지역 반경 500m 내 오리 사육을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전북지역 6농가 10만9천마리 수준에서 50농가 82만7천마리로 대폭 늘었고 전남지역도 27농가 55만5천마리 규모에서 52농가 91만5천마리로, 충남 4농가 4만8천마리에서 13농가 14만5천여 마리로 늘었다.

문제는 휴업보상금이 현실과 동떨어진 마리당 510원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리 휴지기제’가 AI 발생이 빈번한 기간에 사육을 제한해 AI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리 사육 농가들은 ‘오리산업 말살 대책’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법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기본임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휴지기제’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한 것이다.

오리 사육농가들의 요구는 간단명료하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을 테니 정부도 농가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오리 농가들은 이번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다시 외면한다면 전국 오리 농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다.

오리 산업은 생명산업이다. 때문에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고통과 시간,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어느날 갑자기 산업을 정상화 시키겠다고 나선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의 엉뚱한 정책으로 오리 산업은 동력 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 땅에 오리가 몽땅 사라져야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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