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박사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서는 농·수산물이나 이를 이용한 가공품 등에 정확한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먹거리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느타리버섯, 양송이, 표고, 팽이 등 국내에는 다양한 버섯이 유통되고 있다. 생버섯 뿐만 아니라 버섯 가공식품까지 고려해 보면 그 종류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 들어 버섯을 이용한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확대되고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공급받길 원하는 가공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버섯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버섯 전체 수입량을 살펴보면 2010년 27,696톤이었던 것이 2015년에는 약 63,515톤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수입 버섯은 절편, 단편, 분말 등의 1차 가공된 형태로 통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관상 특성만으로는 이들의 진위 여부와 원산지를 판별해 내는 것이 전문가들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버섯류 원산지 식별정보는 대부분 버섯의 크기, 모양, 색깔, 향 등 표면적인 특징에 근거를 두고 있어 객관적인 판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표고버섯의 경우 최근 중국산 접종배지의 국내 재배에 따라 지리적 원산지 표시에 대한 큰 갈등이 있었다. 중국산 버섯종균이 접종된 배지를 국내에 수입하여 생산된 표고버섯의 원산지 표시를 두고 국내산으로 할 것이냐 수입산으로 할 것이냐 하는 논란이 그것이다. 수차례의 공청회를 통하여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수입접종배지에서 생산한 표고에 국내산으로 단독 표기하는 대신 접종배양 국가를 병기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아직도 정책적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유통 버섯의 원산지 표시제가 자리 잡을 때까지 사회적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떠한 합의안이 도출되든 버섯의 원산지 정보를 단순히 신고자의 서류나 외관상 특징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원산지 정보는 진위에 대한 또 다른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버섯의 정확한 원산지 판별이 가능하도록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수입 유통량이 많은 표고, 양송이 등 주요 버섯에 대한 원산지 판별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통버섯의 유전변이, 대사물질, 안정 동위원소비 비교분석을 통하여 이들의 원산지를 대표할 수 있는 지표를 탐색하고 있다. 버섯의 원산지 판별기술은 국내산 버섯의 신뢰성을 높여 국내 농가를 보호하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의한 농산물 수입 개방은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다. 농산물의 수입 물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고 국내산 버섯의 경쟁력은 꾸준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농산물원산지 표시제 강화는 국내 농업인의 보호와 더불어 국산 농산물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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