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미국 통상무역, 특히 수출분야에 대한 수출 대상국들의 무역장벽에 대해 점검해서 발표한다.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우선협상 대상국과 감시대상국을 구분해 통상외교의 잣대로 삼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고강도의 통상압박을 쏟아내고 있다. 그 초점이 한국이다. 2016년도에 WTO에서 조차 패소한 세탁기에 대해 다시 세이프가드를 발동시키고, 철강에 대한 고율관세를 어떻게 매길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GM 군산공장을 철거하고 디트로이트로 옮기는 것은 자신의 감세정책 덕분이라고 대 놓고 선전중이다.

이쯤되니, 매년 수입국들에 무역장벽을 걷어내라고 주문하는 기준이 되는, 무역장벽 보고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억측 주장을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근거있는 자료가 바탕이 될 것이고, 미국이 집요하게 무역장벽을 낮추라고 윽박지르던 설정 기준이 무역장벽 보고서였던 터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무역장벽 보고서 하나로 충분히 협박과 강공을 쏟아 붓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진행중인데도, ‘그 협정은 손실만 낳았다’ ‘나쁜 무역협정’ ‘한국과의 협정은 재앙이다’ 등의 막말을 거리낌없이 투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의는 분명 자국의 이익 쟁취에 있을 것이다. 무역장벽보고서 내용을 나열하면서 추가개방에 열올릴 것이다. 저울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우방’ ‘혈맹’이란 단어를 앞세워 악수를 청할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익확보라는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했다. 허나 ‘미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우리측의 통계자료와 논리를 보강해 고위급 아웃리치 활동을 실시한다는 즉흥적 매뉴얼이 눈에 걸린다. 당당하거나 의연하기 위해선 ‘기다리는’ 자세는 최하급 전술에 불과하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내야 한다.
김영록 농식품부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약속했던 ‘농업지키기’에 매진하고, 아니면 FTA를 폐지할 수 있는 주체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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