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조례 개정안 폐지 또는 수정해야”

대전광역시의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하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지난 2월 5일 마감됐다.

대전광역시는 이번 개정안의 목적에 대해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여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개정안의 내용은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수행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농업인단체는 “개정안이 대전도매시장(오정시장, 노은시장)의 자체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면서 “생산자 의견을 수렴하여 폐지 또는 수정해 줄 것을 정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히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생산자 의견, ‘개정안 폐지’ 정식 요청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곳은 총 8곳으로 확인됐다. 대전도매시장(오정시장, 노은시장)의 도매시장법인 6곳(공판장 포함)과 농업인단체 2곳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농업인단체 2곳의 의견서. 해당 의견서를 확인한 결과, 농업인단체 2곳 모두 개정안에 반대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농업인단체 의견서는 “(대전시가) 경쟁력 제고 방편의 하나라는 이유로 도매시장법인 지정을 일반 공모제로 개정하는 것은 출하자와 도매시장법인의 오랜 거래경험과 신뢰를 가로막는 행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이 도매시장법인의 지정과 지정취소 사유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도매시장법인의 경영안정이 생산자 보호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농안법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엄벌이 필요하지만, 생산자와의 오랜 신뢰 속에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재지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관리사업소의 합의만으로 개정안이 마련됐다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아무런 협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농업인단체 의견서는 “(대전광역시가 밝힌) 개정사유의 중심에 있는 생산자들과 아무런 협의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진행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생산자를 실험대상으로 내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농업인단체 의견서는 “(대전광역시의) 개정안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면서 “생산자 의견을 수렴하여 폐지 또는 수정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 “개정안, 법리적으로 문제 있어 무효 가능성 크다”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의 당사자인 도매시장법인측 의견서를 확인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도매시장법인측 법률대리인으로 작성한 의견서에서는 개정안이 안고 있는 법률적 위법사유를 지적했다. 의견서는 “개정안은 법리적으로 조례 제정의 한계에 해당하는 법률우위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적어도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는 등 법리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어서 무효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내용상으로도 도매시장법인의 운영 실태 등의 구조적 측면이나 공익적 측면 등에 대하여 충분한 고려가 되지 않아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면서 “해당 개정안을 재검토해, 수정 내지는 철회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상기된 의견서를 토대로 대전광역시에 해당 개정안이 밝히고 있는 “공익적 기능 강화”와 “생산자와 소비자 이익 보호”에 대한 구체적으로 검토내용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대전광역시 농생명산업과 이석민 주무관은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마감됨에 따라 검토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개정 목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으며, 의견서를 제출한 8곳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개별적으로 검토의견을 통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취재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이 전형적인 밀실행정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되기 전까지 생산자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 도매시장 종사자 누구도 알지 못했다. 도매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유통인들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꼴이다.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제78조(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설치)는 “수수료, 시장사용료, 하역비 등 각종 비용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광역시는 조례 개정에 대한 내용은 심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광역시의 이 같은 판단은 ‘관리사업소 합의’라는 짬짜미와, 개정안 입법예고로 이어졌다.

더욱이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대전광역시와 도매시장 유통인간 불화는 밀실행정과 맞물려 온갖 추측을 낳고 있다. 생산자단체의 반대로 사라진 명분과 밀실행정에 따른 절차상 문제 등이 드러난 상황에서, 도매시장의 발전과 생산자·소비자의 이익보호에 노력하는 대전광역시의 현명한 판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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