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시행을 목전에 두고 축산농가들이 시행 연기를 요구하며 삭발·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혹한의 칼바람을 맞으며 시행연기를 요청하는 것은 아직 법에 맞는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법을 제정한 이후 축산농가의 현실을 감안해 3년 넘게 법 시행을 유예해주었다.

정부는 법 제정 이전부터 줄곧 적법화를 강조했었고 많은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축산농가들의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김영록 장관은 최악의 한파로 기록되고 있는 올겨울 추위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축산농가들을 한 번도 찾지 않았고, 농가들의 면담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환경부도 몇 차례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법 시행 연기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여전히 준비가 안됐으니 시행을 다시금 3년을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년여의 준비기간이 짧을수도, 길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또 준비를 해놓지 못한 축산농가의 책임도 있지만, 당장 법이 시행되면 상당히 많은 축산농가들이 범법자가 되고 생계를 이어갈 수단을 잃게 되니 다시금 법 시행 연기를 요청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법이라는 것이 건강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지 범법자를 양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김영록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적법화 시행을 연기하지 않는 대신 법 위반에 따르는 행정처분을 유예해주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축산농가들은 강력한 거부의사를 삭발·단식 투쟁으로 전달했다. 보기에 따라선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보인다. 축산농가로선 생존이 걸린 사안이니 그럴만하고, 꽤 긴 시간을 기다려온 정부입장도 이해할만하다. 다만, 새정부의 모토가 ‘사람 중심 농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법 적용 일정에 급급해 사람을 놓쳐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준비를 못한 축산농가는 지금부터라도 적법화 일정에 적극 참여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천명한 새정부는 그에 걸맞는 해결책 마련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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