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학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박사

작년 우리 식탁을 뜨겁게 달궜던 ‘살충제 달걀’ 사건으로 인해 농산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산물뿐만 아니라 농산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토양과 물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기반으로 이들이 오염되면 농산물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토양의 중금속 오염은 과거 ‘이따이이따이 병’ 등으로 그 심각함이 잘 알려져 있다.

농산물품질관리법에 근거한 생산단계 잔류기준을 설정해 출하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이미 잔류기준이 설정된 품목(쌀, 배추 등 10개) 이외 경작 농산물에 대해서도 오염 여부를 모니터링하여 그 결과에 따라 잔류기준 확대, 휴경 또는 비식용작목전환 유도 등의 대책이 마련돼 있다. 농산물의 중금속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농산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이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법률에 근거해 농경지를 대상으로 토양 비옥도, 중금속, 수질, 농약성분 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4년에 한 번 논, 밭, 과수원, 시설재배지를 대상으로 하는 농업환경자원 실태 조사를 통해 토양비옥도의 변화상을 평가하고 토양 중금속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공단 인근 농경지 600점을 매년 조사해 중금속 오염 여부를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 농경지 대부분은 중금속으로부터 안전했다.

중금속 중에는 사람에게 전혀 필요가 없는 원소도 있지만 구리와 아연 같이 식물이나 동물의 필수원소로 작용하는 것도 있다. 당뇨병 보조식품에도 아연, 크롬과 같은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일부 중금속은 많이 흡수하면 나쁘지만 전혀 없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이따이이따이 병’의 원인인 카드뮴과 비소처럼 없어야 할 중금속도 있다. 이 중에서 비소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자연계에서 순환이 잘 되며, 사람이 상당량 섭취할 수도 있다. 비소는 인체에 들어온 순간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는 등 나쁜 영향만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중금속은 식물이 흡수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향후 농촌진흥청에서는 농경지에 대해 토양 중금속 측정망을 정비해 실태조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농경지 토양 중금속의 안전관리 기준을 설정하는 연구를 추진하여 토양 중금속 유효태 함량, 지역별 자연함유량 대비 목표기준 등을 설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위적으로 농경지에 중금속이 유입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중금속 오염 농경지 토양 개량에 관한 법률을 제·개정해 안전관리 기준, 중금속 범위, 농경지 토양 중금속 관리 등을 법제화해 농경지로 중금속이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먹거리에서 중금속이 안전한 기준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안전에는 적기가 없다. 늘 지금이 안전 농산물 생산을 위한 최선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중금속이 토양에서 식물로, 또 사람에게로 전해져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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