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장의 목소리 농정에 충분히 담아낼 것”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경제가 농업의 바탕 위에 성장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농업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FTA, 농업인구 고령화, 인력난, 농가소득 불안정 등으로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졌다.

이에 그는 “비가 왔을 때 우산도 건네주고, 아니면 비라도 같이 맞는 자세로 농업인의 위기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업인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농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새해를 맞아 본지는 지난 18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원 지사를 만나 민선6기 제주농정을 평가해 보고 앞으로 그가 펼쳐나갈 농정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 취임한지 올해 4년차다. 소회는?

제주도민이 내주신 숙제를 열심히 풀고 있다. 제가 부여받은 임무는 시대교체와 제주의 변화를 위한 물길을 트는 것이다. 시대교체를 위해 편 가르기나 정경유착, 연고주의, 행정편의주의 같은 낡은 방식부터 손질했다.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개발이익을 도민소득으로 연결하여 진정한 변화와 상생의 기틀을 바로잡았다.

또한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과의 공존’을 위해 난개발에 제동을 건 것은 제주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조치였다. 한라산과 중산간ㆍ해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부동산 투자영주권 제한과 불법취득 농지 환수 조치를 통해 청정 자연과 농지의 가치를 지키는데 힘썼다.

 ■ 그동안 제주도가 많이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 제주도는 역사상 가장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관광객과 인구 증가율, 경제성장률, 청년고용률, 지역총생산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신 급격한 발전에서 오는 성장통으로 도민불편이 생겨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의 대대적인 교통체계 개편,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정책, 자원순환형 생태계 조성을 위한 쓰레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도입 등 지킬 건 지키고 고칠 건 고쳐 나가고 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데 단기간에 해결될 성격이 아닌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 제주농업에도 발전이 있었나?

제주농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농지, 월동채소, 감귤, 축산폐수를 4대 농정혁신과제로 삼고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3년 전 농지기능관리 강화 이후 투기성 농지매입이 크게 줄었다. 농지이용실태조사, 미경작 농지처분 명령, 부적격 농업법인 해산, 쪼개기 매매 방지 조치 이후 비거주자의 토지거래 면적이 60% 감소했다.

감귤은 품질기준을 크기에서 당도 중심으로 바꾸고, 산지전자경매제도 시행을 비롯해 부적합 감귤원 폐원과 폐원된 감귤원을 대상으로 태양광 전기농사 도입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월동채소는 과잉생산과 가격불안이 늘 걱정거리다. 과잉생산에 대비해 대체작물을 보급해 적정생산을 유도하고, 수매가 차액 보전과 가공산업 육성 등의 대책을 마련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가축분뇨 관리 및 악취배출 허용기준 강화 조례 제정, 가축사육 제한지역 지형도면 고시 등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 올해 추진하고 싶은 농정과제가 있다면?

농업도 양극화가 심하다. 영농규모의 영세ㆍ부채 등 개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구조가 더 가중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새해 농정목표를 ‘농업인이 행복하고, 희망이 있는 창의농정 실현’으로 설정하고, 농업인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농정,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의 생산과 공급, 시스템 농업을 통한 농가소득 안정, 환경 친화형 축산업 육성 등 4대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친환경농업의 업그레이드, 농업인구 고령화와 농가부채에 대한 실효적 대응, 월동채소 선제적 관리 및 작부체계 개선, 감귤품질과 수급관리, 축산분뇨 적정처리 기반 확충, 가축전염병 예방 등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

■ 전국 광역단체 최초로 농업회의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농업회의소가 왜 필요한가?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농정에 충분히 담아내기 위해서다. 농업회의소는 농업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치 농정’ 대의기구이자 공론의 장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오랜 전부터 농정 파트너 개념으로 농업회의소 같은 상향식 정책 추진 모델을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인들이 주도가 되어야 하는데 농업 분야가 전반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다보니 그동안 관에서 보조하는 입장에서 자칫하면 의존적이 되어 버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행정이 주도하게 되면 농업현장의 목소리가 농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 그렇다면 제주도에 설치될 농업회의소 모습은?

제주도에서는 정책당사자인 농업인들이 함께 해야겠다는 것으로 ‘협치’라는 이름을 붙이고 농업인, 생산단체, 유통조직들과 오랜 논의를 거치며 협치 농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담아낼 그릇이 농업회의소다.

제주도는 농업인, 생산자단체, 유통조직 등의 구성원과 함께 논의하고 책임지는 농정 파트너로써 농업회의소의 공적 지위와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정관과 지원조례안을 마련했고, 제주형 특화사업 등도 꾸준히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도’도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제주에서 도입·운영하고 있다.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제주가 처음 도입했다. 현장에서 제주농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 경영비 상승에 따른 부채,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등에 대해 걱정이 가장 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채소류 생산안정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제주만의 차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주형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도를 도입했다.

2017년산 당근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했고, 시범사업 평가 등을 거쳐 제도보완 후 제도 도입이 가능한 품목들을 선정하며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생산자 주도의 자율생산ㆍ출하조절을 통해 품목 조직화 촉진, 생산수급 및 가격안정, 농가 참여 확대를 통한 품질 향상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농산물 가격 불안정에 따른 농업인들의 걱정도 크지만, 농촌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큰 문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감귤 수확시기에는 일손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지난해 도내ㆍ외 유휴 인력 모집을 통해 국민수확단 지원 사업을 시범운영했다. 연인원 1만990명의 인력을 농가에 중개해 감귤수확철 만성적인 농가 인력난을 해소했다.

올해는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감귤뿐 아니라 월동채소 및 마늘ㆍ양파 등 전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예산 5억원(도비 3억원, 농협 2억원)을 투자해 연인원 2만5,000여명을 농가에 중개함으로써 농번기에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도외 유휴인력의 숙박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농촌인력 고령화대응인력지원센터건립 시범 사업’(1개소, 7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제주 농업인 및 전국 농업인에게 당부의 말 부탁한다.

농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대기 정화와 홍수조절 등 제주도내 감귤원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1,81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의 경관가치는 3,162억원으로 평가된다. 관광, 식품, 화장품 등 제주경제가 농업의 바탕 위에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데 농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농업의 가치를 더욱 키우고, 농업인들이 전문경영인으로 앞장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 농업인들도 주도적으로 행복한 농촌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생명산업인 1차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 증진을 비롯해 6차 산업 등 농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영역 확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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