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이용팀장

지난주 우리 연구소가 위치한 충북 음성에 많은 눈이 내렸다. 퇴근 후 관사로 가는 언덕길에 차가 올라가기 힘들 정도의 많은 눈이었다. 예전엔 이 정도의 눈이면 다음 날 직원 모두가 아침 일찍 나와서 다함께 눈을 치우곤 했다. 그러나 최근 눈을 치우는 장비가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계문명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인삼·약용작물·버섯을 이용한 부가가치 향상 및 신수요 창출 연구를 수행하는 우리 부서에서도 첨단장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15년 백수오를 원료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제품에 대한 불안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연구진은 최첨단 질량분석 장비를 이용하여 백수오가 유사식물인 이엽우피소와 혼동되어 재배·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사체 판별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농가, 산업체에서 백수오 원료를 정확히 검정해 제품화 할 수 있고, 소비자도 가짜 백수오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가능하다.

또한 오갈피 열매의 혈관건강개선 건강기능성분 프로파일링을 위해 다양한 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오갈피 열매의 대사체 프로파일링, 열매 추출물 및 화합물의 생체대사 연구, 지표성분의 분리 및 정량분석이 가능해졌다. 이 연구를 토대로 오갈피 열매의 특정 성분이 혈관노화를 개선 및 억제할 수 있음을 구명하였다. 동물실험을 통해 고혈압 개선 효과가 인정되었으며, 인체적용시험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이를 이용한 고혈압 개선 건강기능식품이 개발된다면 관련 산업 발전 및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 가능할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보유한 각종 분석장비들을 이용하여, 인삼 잎으로부터 신규 미백물질 5종을 세계 최초로 분리하여 Panaxerol A~D, Picrinoside A라고 명명하였으며, 진세노사이드 Rh6 등 3종의 희귀성분을 인삼 잎에서 최초로 분리하기도 하였다. 또한 인삼 열매에서 분리한 진세노사이드 Rb2 성분의 우수한 미백활성을 구명하였으며, 동물실험을 통해 인삼 열매 추출물의 탁월한 간 손상 억제능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황기로부터는 iso-astragalosideⅡ, calycosin의 성분을 분리하여 이들의 연골보호 효과를 입증하였으며, 지치로부터는 연골보호 효과가 뛰어난 신물질을 세계 최초로 분리하여 PseudoshikoninⅠ으로 명명하였다. 이들의 복합물은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 그 효능이 입증되어 앞으로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예전에는 실험실하면 어딘지 우중충하고 화학약품 냄새가 깊게 배어있는 노동의 장이었다. 분석 과정도 힘들었지만 더욱 힘든 전 처리 과정을 수행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장비와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실험이 가능하고 그 노력도 대폭 감소되었다.

지난 2004년 인간게놈프로젝트 종결을 위해서는 13년간의 연구기간과 2조 7,000억의 비용이 소요되었으나, 그 후 개인의 게놈 정보는 크렉 벤터에 의해 4년/1,000억(’07), 왓슨에 의해 4개월/15억(’08)으로 시간과 비용이 단축·감소되었다. 2016년에는 비약적 기술의 발전으로 1인이 1주일에 10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해독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많은 기능성 물질을 함유한 인삼·약용작물·버섯을 이용한 연구를 하는 우리 연구자들로서는 관련 기술과 장비의 발전이 반가울 따름이다. 우리가 보유한 첨단장비를 이용하여 인삼특작의 기능성분을 구명하고, 그 효능의 실증을 강화한다면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눈이 내리는 연구소 내의 바깥 풍경을 보며 인삼·약용작물·버섯의 부가가치 향상 및 신수요 창출과 함께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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