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선인들이 사용해오던 농기구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모양의 변화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낫이나 호미, 괭이, 삽은 용도에 따라 조금씩 모양의 변화는 있어 왔지만 그 전통적 형태의 변화는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낫을 예로 들어봐도 전통적인 조선낫은 일단 묵직한 손맛이 좋고 작은 나뭇가지 정도도 벨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두텁지만, 풀을 베기에는 적절치 않아 개량낫이 나와 있는 정도지 뭔가 획기적으로 변화는 없는 상태입니다.

인터넷 유투브를 뒤지다 긴 장대에 달린 낫과 예초기와의 풀베기 시합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놀랍게도 장대낫으로 풀을 베는 이가 압도적으로 이기는 동영상을 보고 국내에도 판매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가시질 않았었습니다.

사실 예초기는 휘발유나 윤활유를 잘못 사용하면 토양을 오염시킬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어쩌다 예초기를 짊어지고 작업을 마치고 나면 밥숟가락 들기도 힘들 정도로 팔이 저리고 떨려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다는데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낫으로 베다보면 쪼그리거나 엎드려서 일을 해야 하니 허리도 아프고 능률도 오르지 않을뿐더러 온갖 골근격계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니 서서 휙휙 쳐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건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장대낫에 대한 생각이 많아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다 귀농생활 관련 사이트에서 장대낫으로 풀을 베고 호미삽이라는 기구로 두둑 만들고 고랑 잡초를 긁어내는 동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옳다구나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반복해서 동영상을 보다보니 저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생각지도 않고 주문을 해버렸습니다.

실력이 없는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진리입니다. 오랜 세월 농사일을 해왔던 이들에게야 장대낫이든 전통낫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농기구를 자기 몸처럼 부리지 못하는 저 같은 이들에게나 솔깃한 정보지 그게 실제 그만큼 효과가 발휘될 지는 쓰는 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작년에도 장터에 나갔다 고랑사이에 난 잡초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농기구를 보고 꽤 비싼 값을 주고 덜컥 사서 한 두 번 사용하다 처박아 버렸던 게 그저 욕심만큼 사용하기가 쉽질 않았기 때문인지라 이번에도 괜한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후회가 됐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일단 사용해 보고 후회하든 만족하든 판가름 나겠지요.

어쨌든 총알 배송돼 다음 날 받아본 장대낫과 호미삽은 장대 끝이 적당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린 원형모양으로 돼 있어 원하는 각도에 맞춰 나비나사로 고정시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호미는 둥근 철판을 반쯤 접어놓은 형태로 장대에 연결해 흙을 퍼낼 수도 있고 고랑을 긁어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더군요. 일단 호미는 나중에 써보기로 하고 장대낫을 들고 미처 베어내지 못한 옥수수 대나 키 큰 잡초를 베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법 되는가 싶더니 날이 무뎌지기 시작하는지 누워있는 풀은 손으로 잡아야만 벨 수 있어 오히려 긴 장대가 거추장스러워졌습니다. 특수강철로 만들었다는 낫은 일반 숫돌로는 날을 세울 수 없다며 같이 보내온 줄로 수시로 날을 세우도록 설명서에 표기되어 있긴 했지만 잘 안 되는 걸 보면 역시 저는 연장 탓을 하는 시원찮은 목수가 틀림없는 모양입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오늘도 겨우 한 귀퉁이 풀밭 정리하고 다시 예전 낫을 꺼내 마무리를 할 생각을 하니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빌려서 사용하는 밭이라곤 하지만 남의 소중한 문전옥답을 이렇게 잡초에 묻히기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돈 들여 사람을 사서 처리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든 내 손으로 제대로 밭을 관리해야 하는데 세월은 벌써 겨울의 한가운데로 달려가고 있으니 마음만 급할 뿐입니다. 적어도 새봄이 오기 전에 풀밭만큼은 깔끔하게 정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장대낫의 날을 세워 밭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자꾸 쓰다보면 몸이 연장에 적응할 테니 그때는 저도 동영상처럼 휙휙 날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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