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소통했다. 참 오랜만이다. 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됐다. 전 세계인의 잔치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군사훈련을 뒤로 미룰 테니 위협을 멈추고 올림픽에 함께 어울리자고. 뜻밖일까, 북한이 남한의 제안에 즉각 화답했다. 남북 최고 통치권자의 화해의지는 무술년 새해인사로 확인됐고, 끊긴 통신선이 다시 연결됐으며, 긴박한 움직임 끝에 고위급회담이 성사됐다.

돌이켜보면 남북 당국의 교류와 협력이 단절된 지난 몇 해는 대립과 반목이 서로를 옥죈 세월이었다. 핵무장에 혈안이 된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남한 사이에는 넘지 못할 커다란 벽이 존재하는 듯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라는 염원은 갈가리 찢긴 현수막처럼 나부낄 뿐 겨레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반세기 넘도록 분단의 아픔을 겪을 만큼 겪었다지만 최근의 단절은 상처를 후비는 고통이었다.

남북의 대화와 협력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언제 다시 서로 등 돌리고 손찌검을 할지 모를 일이다. 진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일희일비하며 감정을 앞세우면 사달이 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덤덤할 이유는 없다.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다며 남북의 화통이라는 ‘큰 일상’에 무관심한 세태는 왠지 아쉽다. 분단과 휴전선은, 슬픔과 고통은 교실에도 있고 시장에도, 회사에도 있는 까닭이다.

정부대표가 고위급회담을 여는 말로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는데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등 직간접으로 소망해온 이들에게 남북 정부당국의 대화채널 복원은 적잖은 위로일 터이다. 그들은 분단의 슬픔을 속으로 앓아온 우리이며, 단절의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온 이웃이다. 염원해온 일이 성사하기까지 갈 길은 험난하지만 걸음을 뗐으니 시작인 반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것이다.

비단 그들뿐이겠는가, 남북 교류와 협력을 바라는 이들이. 농업계도 은연중에 교류재개를 바랐다. 앞선 농업기술을 아프리카, 남미 국가 등 저개발국에 전수하면서도 정작 우리 ‘피붙이’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농업협력의 ‘씨앗’인 북한 현지 온실도, 우리 벼 품종의 북쪽 재배시험도, 생산이 넘쳐 그 가치와 가격이 폭락하는 남한 쌀의 차관 제공도, 더 나아가 남북이 협력해 농업강국의 위용을 떨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늘 계획만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남북농업협력사업, 이번에는 농정의 유력한 해법으로 구체화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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