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해가 돋았다. 일설에 황금개띠 해다. 60년에 한 번이란다. 황금돼지띠 해가 십년 전이든가, 이론상으로는 황금이 붙을 수 있는 해는 한 갑자, 60년에 여섯 번이지만 실제는 몇몇 동물에 한정된다.

‘무’가 십간, 하늘의 에너지 중 하나로 흙, 노랑을 뜻하기에 ‘황금’을 뒤집어쓰기 십상인데 그렇다고 쥐나 양에 금을 덧씌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술’은 십이지, 열둘 땅의 에너지 중 하나로 개를 이른다.

황금개띠와 연관해 1958년생이 떠오른다. 흔히 오팔 개띠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황금개띠 해에 태어난 그들이 올해로 환갑을 맞이했다. 한국전쟁이후 베이비 붐 꼭짓점에 있는 ‘오팔 개띠’들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치열한 경쟁, 넥타이부대, 고도성장기 승승장구, 국제구제금융 사태와 구조조정, 명퇴와 귀농귀촌까지 현대사 토픽에 늘 붙들려 살아왔다.

태생부터 그러했다. 1953년 종전, 엄밀히 따지면 휴전 이후 폐허를 딛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이들이 자녀를 무작정 낳기 시작했다. 출생아 수 증가율이 1957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1958년 75만8천여 명. 이듬해 78만4천이나 1971년 102만5천여 명에 견주면 적지만 지금도 베이비부머는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이른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40만을 겨우 넘겼고, 올해 10월까지 30만6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여러 갈래 생각으로 치닫게 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그들이 입학할 즈음에 학교는 부족했고 교실은 늘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로 빽빽했다. 오전오후반, 고육책으로 2부제가 실시된 것도 이때다. 중학교 진학의 경우 갑자기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받았다. 중3 시절에 돌연 본고사를 폐지하고 연합고사제도를 도입했다. 치열한 경쟁률과 함께 돌변하는 입시제도로 큰 혼란을 겪었음은 자명하다.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이 1958년생이기 때문에 ‘입시제도 전횡’이 있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대학진학도 만만찮았다. 예비고사와 본고사 모두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야속하게도 이들이 입학하고 몇 년 지나 졸업정원제가 도입되면서 대입정원이 단박에 30퍼센트 정도 늘었다. 10·26과 5·18. 대한민국 역사 속 굵직한 사건마다 오팔 개띠들의 청춘이 맞닿아있다. 대학시절은 휴교령과 데모, 군대에선 운동권, 사회에서 넥타이부대로 민주화 한복판에 서있었다.

오팔 개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이들은 K고, S고 등 일류학교에 시험보고 들어간 세대가 아니다. 연합고사를 치르고 추첨으로 배정받았다. 그러니 권위의식보다는 평등의식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사법부 항명파동 때 소장파를 주도한 세력이 이들이라는 얘기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경제발전 혹은 사회민주화에 기여하고 부모세대를 부양해왔기에 그 자부심과 자신감도 남다른 면이 있다는 평이다.

반면 ‘꼰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기를 겪는 동안 오팔 개띠는 특유의 근면과 강인함으로 승승장구하며 기업과 공직 등에서 요직을 차지해왔다.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쉽게 들어가고 승진도 빠른 시절, 일자리가 많아 돈벌이가 어렵지 않았던 세대라고 비아냥대는 이들도 있다. 허세와 고집이 세고 젊은이를 가르치려고만 한다는 불평이다.

오팔 개띠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그들의 인생 한 갑자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경쟁과 노력, 독재와 부패, 자유와 민주, 투쟁과 혁명, 반미반파쇼, 베트남전, 체 게바라, 마오쩌뚱, 밥 딜런, 덩샤오핑, 1987 민주화 항쟁, 노동조합, 전교조, 1997 아이엠에프, 2008 세계금융위기, 구조조정과 명퇴, 귀농귀촌 등등 현대사의 질곡이자 영광의 낱말들이 그들의 동반자가 되었음직하다. 아, 샤론스톤과 마돈나가 오팔 개띠 동반자라는.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애완’이라는 말이 종적을 감췄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라는 국제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됐다고 한다.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애완 개념의 ‘펫’이 쓰이기는 해도 ‘반려’가 큰 흐름이다. 반려견, 반려묘 등 개와 고양이는 이제 인생의 동반자, 식구 개념으로 같이한다.

‘혼밥 세대’라고 할까,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27퍼센트를 넘었다. 아울러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가구는 네 가구 중 한 가구 꼴이다. 어떤 이는 나도 오팔 개띠 반려자와 함께 산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반려동물을 연구하고 있다. 기능성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 개발, 질병 조기진단과 동물매개 치유프로그램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반려동물 사료시장규모가 작지 않다. 수입 사료가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상황이니 기능성 프리미엄 사료와 용품 개발은 조만간 성과를 낼 듯하다. 반려동물과 관련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농촌진흥청의 의지도 당차다.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정밀 건강진단, 사료 자동 급이, 반려동물 생애 종합관리 기술 등을 선보인단다.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축산과학원이 맡아야 할 임무인가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황금개띠 해에 반려동물을 심사숙고해볼 일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