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엄밀히 말해 농협경제지주가 지난 20일 전국 토마토농가와 마늘농가들을 규합해 각각의 품목전국연합을 출범시켰다. 더 엄밀히 말해 일부 농가들을 시작으로 향후 농산물 가격을 직접 매기고, 출하하는 물량도 알아서 조절할 수 있는,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시작했다. 그리되면 농산물 폭락 폭등은 사라질 일이다.

농협측의 논리대로라면 품목전국연합은 해당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와 농협이 주체가 된다. 전국 단위 조직화·규모화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관된 사업체계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장지배력과 유통·소비측과 교섭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농산물 제값 받기’ ‘농가소득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꿈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

이날 출범식에 축하차 참석한 설훈 국회 농해수위원장도 ‘왜 이렇게 좋은 걸 진즉 못했을까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농업계에선 로망이자 숙원이고 이상(理想)인 것이다. 하지만 단일 품목을 키우는 농가들이 전국적인 모임으로 단결해 이익단체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꿈처럼 멀게만 느껴지고,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농업계는 경험을 통해 익혀왔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과수연합회라는 단위조합 연합체를 운영해왔다. 배, 사과 등의 단일품목 조합들을 단일조직으로 묶고, 공동출하, 공동브랜드, 자재 계통구매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이번에 출범한 품목전국연합의 장기 계획이 그렇듯이, 예전 과수연합회들도 시장지배력을 확보해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자율적인 수급조절이 가능토록 노력했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단위조합들과 사사건건 갈등을 보이고, 결국 연합회 사업은 포기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쯤에서 확인할 점은 이번 품목연합 조직의 구심체와 운영체는 누가 맡을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헤게모니 다툼으로 비화된 과거의 실패들은,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인 농업이라는 경제사업을 소비자의 식탁까지 누가 담당했느냐로 귀결된 사례들이 많다. 수직계열화식의 관리감독을 강요했던 농협중앙회와, 자율경영의 수평계열화를 고집했던 단위조합간의 장단점이 상충해서 벌어졌다고 진단해도 무방한 일들이었다.

이번에 출범한 품목전국연합도 농협경제지주 중심으로 시작된 듯하다. 이 사업을 시작하는 적임자가 농협중앙회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농민을 주인의 위치로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 마케팅조직은 어떻게 확보하느냐, 시장교섭력이 가능할 만큼 농민들을 어느정도나 참여시키느냐를 정확히 진단하고 관심 보여야 할 것이다. 농협중앙회에서 농민조직으로의 자연스런 바통터치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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