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농업예산 규모가 14조4천996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 농업예산14조4천940억원보다 56억원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최근 쌀값 회복으로 불용이 예상되는 쌀변동직불금 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세운 농정공약과, 우리 농업을 혁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에는 이번 농업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농업계는 그동안 대통령의 공약사항 이행을 위해 적어도 국가전체 예산 증가분만큼이라도 농업예산에 반영해 줄 것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하지만 예산의 심의 과정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나 관련부처는 매년 제대로 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농업부문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뜻은 모두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확정된 농업예산을 보면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부처별 예산증가율에서도 항상 꼴지를 못 면하고 있다.

매년 정부의 전체 예산은 5%이상 증가해 왔다. 올해도 정부 전체 예산규모는 428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7.1%(28조3천억원) 이상 증가했지만, 농업예산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 농업계예산을 보면 정부의 농정공약이나 정책에 무관하게 매년 정해져 있는 예산에서 조금 보태거나 빼는 수준에서 항상 결정되고 있다.

이는 농업정책이 새로운 정책방향이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농업을 바라보는 사회 지도층이나 정책결정자의 농업에 대한 인식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다. 현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의 농업에 대한 인식전환 없이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농업예산을 늘리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농업예산은 효율성이나 목표 성과물을 따져 배분할 수 없는 분야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개헌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개헌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꼭 반영되어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농업인 주도의 농업발전과 농촌발전을 위한 독자적인 농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명확한 수치와 결과물이 요구되는 경제전문가들에 의해 농업예산이 좌지우지 되면서 농업분야는 항상 뒷전일 수밖에 없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농업예산에 대한 사회 지도층의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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