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적폐1호’ 청산 공약 사실상 파기… 예산 3천869억 배정

▲ 전국농민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 회원들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밥쌀용 쌀 1만5천톤 등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6만8천689톤에 대한 구매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연합
정부가 내년에도 밥쌀용쌀을 올해 수준으로 지속 수입하겠다는 뜻을 새해예산에 담았다. 예산안을 짜는데 실무를 담당했던 농식품부 관계자들도 별도의 지침없이 수입양곡대를 올해 수준 즉, 최근 평균치의 밥쌀용쌀 수입을 감안해서 처리했다는 전언이다. 결론적으로 문재인정부의 농정공약 1순위였던 밥쌀용쌀 수입 중단 약속이 정권출범 2년차에도 지켜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와 농식품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내년 농식품부 새해예산 중 TRQ(저율관세할당물량) 총 40만8천700톤을 수입하기 위해 배정된 수입양곡대는 지난해 3천570억원 보다 8%가량 늘어난 3천869억원이다. 국회 농해수위 예산안 심의에서도 여야 모두 별다른 지적이나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예산 법정 처리 시안을 넘겨 국회법에 따라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 돼 통과된 것. 밥쌀용쌀 단가가 장·중·단립종 평균 가공용보다 톤당 50~100달러가 비싼 사례를 대입해보면 올해와 비슷한 비율로 밥쌀용쌀을 수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가장 중요사안으로 꼽고 있는 쌀정책을 등안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실무담당자들이 예산 편성 논의에서 조차 아무런 지시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농업인단체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실무 관계자는 “국제시세 전망과, TRQ 규모의 과거 평균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년도 예산을 짠 것”이라고만 답했다. 별도의 윗선 지시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통상 실무자에게 내가 국회의원 출신 장관으로 의원 재직시절 밥쌀 수입에 반대했고, 이 문제에 대해 과거의 농식품부와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내년에도 밥쌀용쌀 수입은 이뤄지는 것이고, 결국 김 장관은 약속을 어긴 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 농해수위 소속이면서 문재인정부 출범과 동시에 인수위(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 또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인수위 농식품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밥쌀용쌀까지 공매된 것은 전 정부에서 계획 된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농민들을 위로하고 농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변명”이라며 수입중단 등 특단대책을 지시했었다. 이를 농해수위 예산심의에서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올해 밥쌀용쌀 1만5천톤을 포함, TRQ 수입 잔여물량 6만8천689톤에 대해 구매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구매입찰 물량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TRQ 잔여물량 밥쌀 1만5천톤, 가공용쌀 5만3천689톤 등이다. 올해 밥쌀용쌀 수입은 총 4만톤으로 지난해보다 20%(1만톤) 감축한 수준이다.

농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전농과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농민단체는 12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밥쌀용쌀 즉각 수입중단하라는 시위에 나섰다. 같은날 전남지역 농민단체들도 나주 aT센터 앞에서 볏단을 불태우고 중장비를 동원하는 등 수입중단을 요구했다.  

전농은 성명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쌀값 폭락의 주범, 농업적폐 1호인 밥쌀을 수입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말한 ‘밥쌀수입 반드시 막겠다’는 약속을 던져버리는 것이고, 정부 농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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