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근 ‘식용란선별포장업’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 위원장

우리 계란 유통인들은 그간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계란 유통업을 천직으로 여기면 성실히 삶을 영위해 왔다. 이제는 자식들에게 대를 이어 계란유통업을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산업화도 꽤했다.

그러나 정부는 계란유통인들의 노고를 치하해주는 못할망정 대기업, 대농가들만 배불리는 ‘악법’ 강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8일 박인숙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용란선별포장업’이 국회를 통과 했다. 이 법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검란’, ‘선별’, ‘포장’ 등 전 과정을 계란 유통인들이 책임을 지라는 ‘악법’이다. 이 법은 계란유통인들의 사업장이 100평 이상 돼야 하며 선별기 등 장비까지 설치하려면 최소 수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결국 식용란선별포장법은 영세 계란 유통인들만 사지로 몰아넣는 ‘악법’에 불과한 만큼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특히 이 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은 다양한다. 우선 식용란선별포장업을 통해 자본과 조직을 갖춘 일부 대기업이나 대농가 등의 유통시장을 단기간 선점해 비싼 가격을 형성할 게 뻔하다.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대돼 결국 소비자들은 다양한 계란의 선택권이 사라지고 제한적인 계란을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부작용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반면 경쟁력을 잃은 영세 계란유통인들과 농가들은 저급한 계란 판매자로 낙인 찍혀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고 줄도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전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세척란 유통을 고집하는 정부의 정책방향도 수정이 필요하다. 계란 유통인들은 계란의 안전성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계란 세척과 냉장유통의 의무화를 전적으로 반대한다.
현재 산란계 대농가들은 미국식 대량생산 구조를 모방한 세척계란시스템을 이용, ‘깨끗한 계란이 신선하다’는 잘못된 편견을 소비자에게 심어왔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 계란생산량의 7~80%이상이 세척계란시스템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세척란은 실온에서 유통했을 경우 단기간에 부패해 반드시 냉장 유통만 해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는 세척 시 세척 수의 온도가 30도 이상이면 계란의 신선도에 무해하다는 일부의 이론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오히려 세척 시 자연적인 보호막 큐티클 층이 손상돼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힘을 얻는 증거인 것이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비세척 계란을 유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세척하면 오히려 값싼 계란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계란 유통은 비세척 계란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세척계란 유통보다는 비세척 계란의 유통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식용란선별포장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 중 또하나는 대기업, 대농가들이 유통시장을 선점하면서 가축질병 창궐시 그 피해가 광대해 진다는 것이다. 현재도 매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계란 유통구조가 한쪽으로 쏠린다면 그 피해는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결국 현재와 같이 다양한 계란 유통채널을 가동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
근본적으로 계란 유통구조의 변화를 외면하고 계란 유통인들만 쥐어짠다고 계란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발상은 그 자체부터가 모순이다. 계란 유통인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대기업만 배불리는 정책을 강요한다면 결국은 더 큰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악법에 불과한 ‘식용란선별포장법’을 즉각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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