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획운영본부장

먼 훗날 오늘을 규정한다면 창업의 시대로 불릴 것이다. 전 세계적인 창업 열풍에서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은 일찍이 2조원을 넘었고, 크고 작은 창업경진대회가 연중 개최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지원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중심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기술혁신을 주도하기에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스마트농업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면서 기술 혁신을 주도할 농식품 기업의 등장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농식품 부문에서 대부분의 혁신적인 기술은 대학과 공공영역에 있는 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다.

기술사업화를 통해 공공부문의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고 있지만 경험 있는 인력의 유입 없이 이 또한 원하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기업이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동일한 업종일 경우에는 신제품 출시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겠지만, 전혀 새로운 분야일 때는 사내 테스크포스(TF)를 만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내 창업에 이르기도 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 C-Lab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에서도 17년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대기업의 사내 벤처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네이버는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했고, 인터파크는 옛 LG데이콤, SK엔카는 SK(주)의 사내벤처로부터 분사했다.

하지만 농업분야에 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혁신적인 서비스나 기술이 성장할 만큼 시장이 크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사내벤처를 둘 정도의 규모 있는 기업이 없었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 농업기술이 성장하면서 농업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부 농식품 기업에서는 사내 TF를 만들어 스마트팜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개시했지만, 사내벤처나 스핀오프(spin-off)까지 나가진 못하고 있다.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부분이다.

농식품 창업에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연구소 및 공공기관에서 경험을 쌓은 인적자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농업은 R&D부터 기술사업화까지 공공부문의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연구원 및 직원의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에서 창업휴직제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연구기관에 소속된 직원이 창업을 할 경우 최대 5년 간 휴직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진 못하다.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나 지원이 부족한 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우수한 인력들이 농식품 창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하고 지원제도를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청년들의 열정과 만나 농업에 창의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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