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에 집합한 각 상임위별 새해예산안 중, 농업예산이 농해수위 요구액보다 상당히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부의 농정공약과는 무관하게 ‘농업예산 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쌀값이 회복되면서 변동직불금 1조4천900억원의 상당액이 불용처리될 것으로 예측되자, 관련 예산이 삭감될 경우 해당 감액분에 대해서는 농업분야 예산증액 재원으로 반영해달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예결위에 넘겼다. 이같이 농해수위는 여야를 떠나 농업부문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뜻에는 모두 같은 마음을 보탰다.

교섭단체별 회의에서도 여야 모두 사회 서민층과 농업관련 예산은 증액해야 한다는 내용을 예산관련 당론으로 내세운 바 있다.

농업예산 부문은 효율성이나 성적, 목표치 등을 따져서 배정할 수 없는 특수 분야이다. 다원적 기능이니, 식량자급률이니, 안보차원이니 하는 말들은 이같이 농업의 원리와 인간과의 관계를 이해력 높게 설명하고 있다. 국민적 의견을 함축해서 여야를 떠나 모든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농업보호와 예산증액을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 그럴진대, 명확하게 수치로 결론짓는 자리에선 왜 농업예산이 깎이고 있을까. 현실이 그렇다. 예산 배정에 대한 아웃라인을 정하는 단계부터 효율성을 따지는 경제전문가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탑다운제(Top-down System,기획예산처가 예산의 총액 한도를 결정하면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 형식의 디브레인(DBrain 디지털 국가예산·회계 시스템) 자체가 ‘경제통’이라는 전문가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 경제전문가들이 미리 정해논 예산배정에서 조금 보태거나 빼는 수준이 현재의 예산시스템인 것이다. 여기에다 국회 예산정책처 또한 사업실적, 즉 계획대비 달성률을 분석해서 새해예산을 늘릴 것인지를 예결위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결국 농해수위에서 정부안보다 3조원 넘게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소리친 것은, 예결위서 칼질 될 것을 뻔히 알면서 내뱉은 ‘정치적 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현재의 체계에서 농업예산을 늘린다는 공약이나 계획 등은 거짓과 무의미에 가까운 것이다.

농업분야를 예외로 규정하거나,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넣자는 ‘농업헌법’ 만들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업을 전혀 모르거나 관심없는 경제전문가들의 틀 속에서 농업을 끄집어 내는 단계적 실천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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