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정부가 마련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 끝에 반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개정안은 ‘공직자’에게 제공 가능한 선물의 상한액을 농수축산품에 한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10만 원으로 돼 있는 경조사비 상한액은 5만 원으로 줄이는 등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에 따라 새정부가 농축수산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설 이전에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김영란법 개정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권익위 심의위원들은 농축수산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이것 때문에 1년밖에 안된 법 규정을 손대기 시작하면 다른 업계의 개정요구가 잇따를 것을 우려했고 ‘대다수’ 국민들이 개정을 원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상식적인 문제제기에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단서를 단 ‘농축수산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부분에선 이들이 진정 심사숙고를 했는가 따져 묻고 싶다. 1년여 동안 줄기차게 개정요구를 해온 농축수산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린 결정인지 말이다.

김영란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한 청탁과 접대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드러내놓고 청탁이나 접대를 할 수 없는 청렴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이 농축수산업계에는 대단히 큰 경제적 타격이 있었다.

한우의 경우 소비감소에 따라 전년대비 25%이상 매출감소와 함께 값싼 수입산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화훼는 1년 사이 거래금액이 35% 가까이 감소했고 수출액도 200만달러 감소하는 등 가히 초토화 지경에 이르렀다. 최대 2조원의 피해액이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까지 연내 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권익위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말에 비춰보면 최소한 농축수산업계에는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부정부패를 잡겠다고 국가의 근간산업이요, 생명산업인 농축수산업을 도탄에 이르게 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조만간 있을 권익위 논의에서는 반드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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