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톤 자원화…양돈·경종·원예 호응 삼중창

축산분뇨를 처리한다는 개념보다는 자원을 재생하고 이용한다는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에코바이어영농조합법인 이영수 대표는 축산분뇨 자원화 사업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미래가치가 큰 ‘자원화’를 아직도 ‘처리’로만 아는 이들이 많단다.

환경의식이 부족한 시대에 축산분뇨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한때 강과 하천을 더럽히는 오염원이었고, 바다에 버려졌으며, 이윽고 해양투기마저 금지되면서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러나 새옹지마, 축산분뇨가 자원으로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처치 곤란한 존재가 아니라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화학비료가 없던 시대 최고의 농사꾼이던 가축분뇨는 이제 미래농업으로 주목받는 자연순환농업의 핵심 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돈농가 걱정 해결, 가축분뇨발효액 무상 살포

북 남원 운봉 일대는 해발평균 500미터에 이르는 산간지역이다. 지리산 자락 청정자연이 에코바이오영농법인의 탄생을 이끌었을까? 청와대 행정관 시절 “똥이 돈”이라는 일설을 믿고 과감히 고향 남원으로 귀농한 이영수 대표. 스스로 ‘1.5’라 부르는 그는 토박이도, 귀농자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귀향인’인 그는 토박이도, 귀농자도 되는 길을 택했다. 가운데서 완충역할을 맡기도 하고 접합체가 되기도 한단다. 그런 면에서 환경과 농업, 축산농가와 비축산농가, 자원의 죽음과 재생을 잇는 축산분뇨 자원화 사업은 그에게 숙명이겠다 싶다.

“인근 양돈농가들의 걱정덩어리를 해결할 수 있고,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농사에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죠. 청정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지역주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악취가 없는 데다 품질도 좋은 가축분뇨발효액을 거저 주고 뿌려주기까지 하니 벼농사 짓는 분들이나 원예농들이 마다할 리 없죠.”

처음부터 가축분뇨발효액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축산분뇨 자원화 사업초기에만 해도 가축분뇨발효액의 효능이나 품질을 반신반의했던 이들이 적잖았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의 홍보와 교육이 반복되고 농가들이 한두 해 직접 써본 후에야 믿고 ‘맡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가축분뇨발효액을 뿌린 농가의 농산물을 시세보다 높게 일정량 ‘수매’해주니 호응이 크다. 들깨, 고사리 등 원예작물의 판로와 가공까지 연계해나가고 있다. 쌀은 이내 손을 놨다. 원체 덩치가 크니 섣불리 손대기가 어렵고 최근 쌀값하락도 영향을 줬다. 나중을 기약했다.

미래가치 충분한 ‘좋은 일’, 전문인 양성도

코바이오영농법인은 남원 운봉일대와 인근지역 양돈농가들의 출자와 정부지원으로 2009년에 설립했다. 가축분뇨 자원화센터는 전량을 가축분뇨발효액으로 만들기에 퇴비시설이 따로 없다. 규모에 따라 차등 출자한 17개 양돈농가에서 하루 100톤 정도의 돼지분뇨를 수거해와 자원으로 활용한다. 농가에서 일차로 고액분리작업을 거쳐 자원화센터에 오기 때문에 가축분뇨발효액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고형분은 극히 적다. 대략 한 달간 탈취, 발효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미생물을 만나 고품질의 유기비료로 거듭난다.

에코바이오영농법인의 가축분뇨발효액을 쓰는 농가는 남원 관내 450여 호, 면적은 850헥타르가 넘는다. 사업초기 2010년 400헥타르에 견줘 두 배 이상이 됐고, 벼농사 위주이긴 하나 밭작물로 확산하는 추세다. 가축분뇨발효액의 균질성이 공산품에야 비교할 수야 없으나 나름대로 갖춘 데다 농업기술센터의 시비처방에 따라 적정량을 살포하는 덕에 농가의 호응이 늘고 있다.

“축산분뇨 자원화는 미래가치가 충분한, 좋은 일입니다. 내 자식은 물론 주변 분들에게 이 일의 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 직원들 먼저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을 한다고 인식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에 좋은 사람, 가치 있는 인재가 제격입니다.”

축산분뇨 자원화사업으로 ‘좋은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이영수 대표는 인재 양성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직원들이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자원화와 관련한 전문지식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결국 사람이 좋은 가치를 창출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