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뀐 후 적폐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사건건 적폐청산이다, 정치보복이다 여야가, 신구 집권세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 발 떨어져 양쪽을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 ‘내로남불’ 현상이냐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사자성어처럼 말하는 세태다.
따져보면 적폐는 늘 있어왔다. 일반적으로 오래 뿌리박힌 폐단을 적폐라고 칭했다. 정의롭지 않고 썩은 냄새 진동해도 제거하지 못하는 폐단이 한둘이겠는가? 그 적폐에 기대고, 적폐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적폐를 비호해온 세력이 바로 적폐세력이요 적폐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적폐는 뿌리가 깊이 박힌 탓에 웬만한 힘으로는 뽑아내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집권정당이 바뀌었을 뿐 행정, 입법, 사법부 고위관료들은 그대로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아 탄핵되고 파면당한 대통령과 그에 부역한 고관대작이 적폐인데, 대통령만 감옥에 있을 뿐 당시 부역자들은 제자리에 뿌리박힌 채 그대로 있다는 불평이다.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혼란을 부추기고는 있으나, 현 정부 고위관료 상당수가 전 정권에서도 중역을 맡았다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

최근 세월호에서 유골을 찾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은폐한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무총리와 해양수산부 장관이 머리를 조아려 사과했다. 집권여당시절 세월호 인양과 진상조사 등을 두고 유가족 측과 충돌해왔던 현재의 야당인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쌍심지를 켜고 정부를 공격했다. 그런데 전개양상이 흥미롭다. 은폐를 지시하고 이를 꾸민 자가 바로 전 정부에서 세월호 진상조사를 방해했던 해양수산부 고위직 인사였던 것. 그는 순식간에 ‘적폐’의 상징이 됐고, 이번 사건은 적폐청산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1만여 농업인이 “농업적폐 청산”을 외쳤다. 쌀값 1킬로그램 3천 원 보장과 한미자유무역협정 폐기 주장과 함께였다. 이대로는 농업이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데, 농정을 책임지고 있는 농식품부 고위관료들은 그대로이니 ‘촛불민심’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러잖아도 김영록 장관이 대가 약해 고위관료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잖다.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도 ‘적폐’에 휘둘린 꼴이지 않은가. 농업적폐 청산에 과단성이 필요하다. 농업회생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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