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지난 19일 전북고창 오리 사육농가에서 발견됐고, 이후 20일에는 순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바이러스형이 전염성이 강한 고병원성 ‘H5N6’로 확인돼 방역당국이 초비상이 결렸다. 이 바이러스형는 지난해 11월 발생해 올해 8월까지 총 1조원이 넘은 사상 최대 피해를 낳은 바이러스형과 동일한 것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더구나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도 예정돼 있어 AI가 확산되면 더욱 막대한 유무형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는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AI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48시간 가금류에 대한 일시 이동 중단 조치도 발동시켰다. 가금농장 시설과 차량에 일제소독을 하는 한편 고창군의 모든 가금농장과 종사자에 대해 7일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전통시장에서 병아리 판매도 금지시켰다. 이 총리는 “방역은 초동조치와 현장이 중요한데 초동방역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AI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몇 년간 잠잠하다가 2014년 이후 부터는 매년 한 두 차례 발생 국내 가금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겨울철 환절기에 발생한다는 기존 사례를 비웃기라도 하듯 봄과 가을에도 발생하면서 이미 토착화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장예찰은 물론 한층 강화된 방역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지만, 야생조류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다 보니 방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초동대응 실패가 그동안 겪은 AI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 걸 보면 아직도 초동방역이 시원찮다. 그래서 총리가 강조한 ‘지나치다 싶은 초동방역’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관건은 초동방역이다. AI가 추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와 지자체, 관련농가가 긴밀한 협조해 발생단계부터 확실히 진압을 해야 한다. 가금농장도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즉각 방역당국에 신고하고, 축사 정비와 소독에 만전을 기하고, 스스로 이동을 자제해주길 바란다. 정부도 더욱 강력한 상시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AI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새정부는 여느 정권과는 다른,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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