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고 시 여·야 한미FTA ‘옹호세력’ 결집 예상

▲ 지난 10일 열린 한미fta 개정협상 공청회에서 농업인단체들은 ‘농업분야 제외’를 강력 요구했다. 이날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공청회 연기를 요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연합
축산관련단체, 품목단체, 전농 등 범농업계가 지난 15일 한미FTA 폐기를 위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개정관련 공청회 직전까지, 협상에서 ‘농업은 제외해 달라’는 요구를 냈던 것과는 완전 달라진 강경입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현 정부가 농업계를 홀대하는 입장을 여실히 드러냈고, 이를 통해 한미FTA 개정협상 또한 농업분야를 재차 개방하는 수순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게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한미FTA 개정 관련 국내절차에 발목이 잡힌 정부와, 물러설 수 없는 농업계간 정면 충돌이 예고된 상황이다.

‘요식행위’ 드러낸 공청회

10일 오전 9시30분 코엑스 308호실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 앞서 복도에서는 농민단체들로 꾸려진 ‘FTA대응 대책위원회’가 ‘농축산인 다죽이는 한미FTA 폐기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진행된 공청회는 회의시작 20분만에 농민단체들의 저지로 진행이 멈췄고, 결과적으로 한미FTA 개정 추진경과, 경제적 타당성 검토 등의 발표만 마치고, 본격적인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은 시도조차 못했다.

공청회 중단을 주장하는 농민단체와 산업부 관계자들간 대치 상태는 12시쯤 본래 공청회 마칠 시간에 산업부측의 ‘이상으로 공청회를 마치겠다’는 멘트로 끝났다.

문제는 공청회를 ‘성료’했다는 정부측과, ‘무효’를 주장하는 농민단체들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정부의 태도는 공청회 자체를 내용보다 국내절차의 첫단계인 법적 ‘요식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산업부는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던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참석 수당’까지 지급하겠다고 메일을 보냈고, 실질적으로 공청회 유효를 선언하고 국회 보고 절차를 준비중이라는 전언이다.

이런 정부 태도는 공청회 자체를 실질적인 의견수렴 창구로 보지않고 법적 절차로만 여기는 말그대로 ‘요식행사’로 간주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농민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이날 패널로 참석했던 민변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은 “실질적인 패널 토론이나 참석자들의 의견수렴이 없었기 때문에 공청회는 무산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농업계 손을 들었다.

‘불안한’ 국회 인준절차

산업부는 여론을 무시하고 개정협상 국회 보고 절차에 들어갈 태세다. 산업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상 단서조항에 현저히 의견청취가 곤란하면 의견진술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농업분야 이외에도 여러 산업분야의 의견과 경제성 등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공청회를 시작으로 국내절차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행 뜻을 비쳤다.

이런 상황아래, 정부가 국회에 보고 절차를 밟을 경우, 논리적인 설득작업보다 정치적 세력 싸움에 ‘FTA 반대’ 주장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당마다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다.

첫 목소리로,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반대의사를 표했다. 공청회 관련, 조 의원은 “이번 공청회는 최대 피해산업인 농축산업 단체들의 의견수렴 없이 진행됐고, 여러 정황상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일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 조차 산업부의 효과분석을 받지 못한 채 공청회를 참석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에 따라 제대로 된 공청회를 완료한 후 국회 보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보고절차를 강행할 경우, 이같은 논리는 묻힐 수 있다는게 주위 관계자들의 귀뜸이다. 여기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산업계와의 이해관계, 한미FTA 당사자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보고절차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범농업계 ‘응집’…“그냥 물러나지 않겠다”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한미FTA폐기를 위한 범농업계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간 여러 사안마다 온도차를 보이던 전농과 축산관련단체, 농축산연합회 등이 ‘한미FTA 폐기’로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농민단체들은 ‘한미FTA 폐기를 위한 농수축산대책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하는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협상 국내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한미FTA발효 5년간 어떠한 경제적 영향이 있었나 평가분석부터 해야 한다. 이는 미국협상단에 굴복하기전 정부의 뜻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공청회장에서 산업부가 공청회 진행을 조건으로 약속했던, 농민단체들과의 별도 공청회 또한 신뢰할 수없는 ‘요식행위’로 간주키로 했다. 한편 이들은 18일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한미FTA 폐기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