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윤수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장

지구에 인류가 나타난 이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이라고 하면 ‘농업’이 떠오를 것이다. 좁은 의미의 농업은 농경만 포함하지만 넓게 보면 낙농업과 임업도 농업에 속한다. 농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다. 농업의 시작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증대됐는데, 이는 사유재산의 발생을 부추겼으며 사유재산이 생기자 계층도 생겨났다. 재산의 발생과 계층의 분류는 문화 발전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전되면서부터 농업 중심의 사회는 공업 위주의 사회로 전환되었고, 자급자족의 형태를 띠던 농업은 수출을 위한 생산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농지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은 고령화로, 도시로의 이주로 늘 일손이 부족한데다 FTA로 다른 나라의 농산물과도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 농촌, 우리 농업인은 ‘위기’라는 단어를 체감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농업에 ‘융복합기술’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융복합기술은 업종이 서로 다른 기술을 결합해 기존의 기술을 확장하거나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결과를 창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대중에 제일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농업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만들어진 농장으로,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측정된 결과를 분석해 작물이 자라나는데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준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실시간으로 재배 시설이나 축사의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자동으로 관리해 작물과 가축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팜을 이용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식물공장이다.

식물공장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 안에서 주로 LED를 사용해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하고 작물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재배 방법이다. 날씨와 온도 등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중 생산이 가능하며, 균일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실내 재배이기 때문에 해충으로부터 자유로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산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융복합 사례도 있다. 식물에 음파처리를 하는 것으로, 음파처리를 통해 식물의 생장을 조절하는 것이다. 식물에 음파를 처리했을 때, 다수의 유전자가 음파에 반응해 발현이 증가했다. 이를 이용해 식물 성장에 방해가 되는 취약점을 파악하고 조절해 작물이 입는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는 식물 속 특정 성분의 함량을 증대시키거나 식물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등 고부가 가치 농업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식물공장의 재배기술이나 음파처리 기술은 우리 농업이 생명공학 융복합기술을 만나 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농업은 지금 맞이한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고부가 가치 소재를 창출하고 경쟁력 높은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위의 예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농업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해 우리 농업이 미래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두에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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