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FTA 개정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농업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왜 농업인들은 이처럼 정부정책에 분노하고, 또 수확철만 되면 길거리로 몰려나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처절한 투쟁을 벌이는 것일까? 농업·농촌이 처한 현 상황을 이해 못하는 일반인이나 농촌현실에 문외한인 도시민들은 이해을 하지 못 할 수 있다. 물론 공청회를 무산시킨 농민단체나 농업인들의 행동이 온전히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생존권을 위한 행동에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농업인들의 저항은 정부정책과 태도에 대한 불만이며, WTO와 FTA에 대한 저항의 발로이다. 이는 우리의 농업정책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과 환경은 도외시 한 채 WTO 체제나 FTA라는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 내던져졌다. 더구나 우리 농업·농촌의 열악한 환경과 낮은 경쟁력에 대한 개선없이 자유주의 개방경제로 농업의 시장기능만 강조하다보니, 우리 농업은 급속히 축소되었고 FTA가 가속화되면서 해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졌다. 이러한 정부 태도가 20년전 개방정책 결정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농업·농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농업인들을 투쟁의 장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최근 남아도는 쌀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수십 년간 정책적으로 쌀시장을 통제해 오다 자유무역이라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빙자하여 일순간 시장 자율에 맡기면서 수 십만 톤의 재고쌀을 발생시켰다. 이 때문에 매년 농업인들은 제값을 받지 못해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경쟁력과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농업인 책임론을 들먹이며 여론만 호도하고 있다.
현재 농가소득은 20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80~90년대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소득보다 앞섰지만, 지금은 도시근로자 소득의 6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업정책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농업·농촌은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도농간 소득격차 또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농업정책이 세계의 흐름만 바라보고 우리 농업·농촌 현실을 간과한다면 국내 농업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농업·농촌을 지켜낼 수 있는 새로운 아젠다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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