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발효 5년간 4만여농가 폐업…대책없는 농업분야 비상

▲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협상 반대 기자회견 모습. 개정협상에서 ‘농업분야 제외’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FTA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 레드라인’이라고 농업분야 개방 불가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이미 농업계는 미측의 통상압박에 대응방침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대책 부재에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의 한 축이 경제협력임을 재확인했다. 한미FTA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신속한 협의’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1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통상조약체결 계획 수립, 대외경제장관회의, 국회 보고까지 국내 절차를 11월중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 또한 협상 개시 90일 전까지 의회에 통보하고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공식적인 개정협상 개시 선언은 내년 초쯤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협상에서 농업분야는 일단 안심해도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구매에 투자제의까지 했고, 이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대로 무역흑자를 축소키로 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을 완화한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협상대상에서 농업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추가개방 요구가 가능하다는게 농업계 지적이다. 우선 농식품부에서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이 용역연구중인 ‘농업분야 개정협상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추가개방에 대비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피해규모를 따지고 있는 점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추가개방 요구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는 것.

또한 미국이 안보를 지렛대 삼아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의 계획이나 의지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예견이다. 그럴 경우 한미FTA협상 농축수산물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던 민간품목 176개에 대해 관세인하 등 추가개방 요구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현재 관세가 남아있는 500여개의 농산물 또한 미국이 충분히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농업분야 통상전문가들은 한미FTA가 발효된 지난 5년간 우리의 농업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실질적인 조사와 논리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협상에서 미측에 실리적이고 논리적인 요구를 관철시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와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FTA이행지원센터장에 따르면 한미FTA의 영향으로 5년간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액이 1천433억3천만원(2017년제외)에 달한다. 대상은 한우, 한우송아지, 수수, 감자, 고구마, 대두, 체리, 멜론, 노지포도, 시설포도, 밤, 닭고기, 당근, 블루베리, 도라지 등 해가 갈수록 품목수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폐업지원 받은 농가 또한 3만1천858가구(2017년 제외)에 이른다.

특히 한우의 경우 피해보전 신청률이 91%에 달하고 폐업농가는 2010년 1만5035가구에서 2016년 8291가구로 6년 만에 절반가량 줄었다.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과 2013년 한우농가 2천여 가구가 폐업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명예교수는 “FTA관련, 정부가 내세우는 대책이란게 폐업지원한다는 건데, 농사 포기하라고 유도하는게 어찌 대책이 될 수 있는가”라며 “협상 실무자들은 한미FTA가 농업분야 최악의 협상이었다는 점을 떳떳하게 주장하고, 오히려 잘못된 부분은 개정하자는 주체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개정 협상이 진행될 경우, 반드시 농업부문을 제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더불어 이날 단체들은 정부가 공약했던 △FTA농어촌상생기금 자금 조성 대책을 즉각 마련해 줄 것과, △농업분야 예산을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할 것, △청탁금지법 대상에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예외조항으로 인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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