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상재해 발생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모든 농사의 성패는 날씨가 결정짓는다. 제 아무리 뛰어난 농사꾼이라도 ‘하늘이 내린 태풍’, ‘하늘이 내린 가뭄’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 선조들은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풍년농사는 결국 날씨가 짓는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기후변화가 요동치는 세상에서는 농사짓기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확하고 조금더 일찍 기상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면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텐데….


빈발해 지는 이상기상, 조기경보로 농업피해 줄여

날씨·관리대책 등 휴대전화·인터넷 통해 정보 제공


세계적으로도 농업기상은 식량생산이라는 사회경제의 근간이 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기상과는 별도의 체계로 관리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기상관측 네트 워크를 구축해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은 농업환경기술연구소에서 전국 850여개 지점의 자료를 이용해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방 농촌진흥기관에서는 농업용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자체 관측하고 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는 전국 규모의 농업기상 관측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진화해 농업재해에 대한 위기관리에서 위험관리로 전환하고 있다.

농진청은 정부3.0의 목표인 ‘수요자 맞춤 서비스 제공’ 실현을 위해 농장별로 날씨·재해정보·관리대책을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제공하는 ‘농장맞춤형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섬진강 유역의 시범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농장맞춤형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기상실황·동네예보·중기예보 등 각종 기상정보를 토대로 해당 농장의 고도, 지형, 도심과의 거리, 지표면 피복상태 등에 맞춰 수정한 상세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또 이 상세 기상정보를 농장에서 재배 중인 농작물의 품종이나 생육단계에 맞춰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주의·경고·위험 등 상황을 단계별로 알려준다.

이와
▲ 농장별로 날씨·재해정보·관리대책을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제공하는 ‘농장맞춤형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돼 농가 호응이 높다.
함께 위험 단계에 따라 농가에서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관리대책을 제공한다. 특히 기상정보와 재해정보는 농장의 국지적인 특성과 작물의 생육단계 등을 잘 반영해 예측 정확도가 매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최저기온(아침기온)의 예측 정확도는 평균오차(ME)가 0.1℃에 불과하다. 현재 이 시스템은 현재 섬진강 유역의 하동·구례·광양 일대 시범지역 5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농장에 제공되는 날씨정보는 기온·강수량·일사량·일조시간·풍속 등이다.

기온은 최대 9일까지, 강수량·일사량·일조시간·풍속은 최대 3일 후까지 예보된다. 재해 정보는 가뭄해·일소해·고온해·동해·상해 등 단기에 피해를 입는 기상재해는 물론 오랜 기간에 걸친 이상기상으로 피해가 나타나는 냉해·일조부족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재해위험 여부를 주의보와 경보로 나눠 최대 9일 전 각 농장에 알려준다.

관리대책 정보는 재해위험발생 시 작물별로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된다. 이에 따라 시범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농업인은 농업기상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나 계획적인 농작업 수행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농가는 날씨로 인한 재해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농작물 생산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농진청은 섬진강 유역 하동, 구례, 광양 지역이 지리산 자락의 복잡한 지형으로 인해 좁은 지역 내에서도 날씨에 따라 다양한 재해피해가 발생되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농진청은 기상재해 조기경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이들 지역을 최적지로 판단해 우선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서비스 중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 농가들로부터 만족도 및 요구사항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서비스 대상지역을 올해 하동·구례·광약 3개 지역을 비롯해 순천·곡성·순창·남원·임실·진안·장수까지 총 10개 시군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올해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 기반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되어 농가에서 예상되는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10%만 줄일 수 있다면 연간 1,240억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 심교문 박사는 “앞으로 이상기상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여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에게는 우수 품질의 우리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에 공급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정밀하고 신속한 농업기상정보를 제공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 박사가 주도한 ‘농업기상재해 발생 조기경보시스템’의 외부 평가는 높다. 2016년엔 미래부 주관 미래기후변화대응기술 10선(選)에 선정됐고,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공공행정한류 우수사례 26선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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