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확립하고 이에 따른 국가의 농업지원 책무를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30여년만의 개헌을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농업가치 헌법반영 1천만인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고,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도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농업의 공익가치와 다원기능이 법제로 정립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개헌국면은 농업계에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 사실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을 두고 벌이는 찬반논쟁, 지방분권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는 정치지형이 바뀔 때마다 있어왔지만 개헌 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개헌의 당위성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는 일은 정치제도를 비롯한 국가 전반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헌법 개정이 가시화하는 과정에서 농업계가 놓치지 말아야 할 최대 현안인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는 나름대로 정립돼 있다. 문제는 국가 지도자들과 정치권이 농업을 경시하고 농업인을 홀대하면서 농업의 공익가치가 외면당하고 국민들에게 잊혀져갔다는 점이다. 쌀값이 폭락하고 수입농산물이 국내시장을 잠식해가는 과정에서 국가수반은 물론이고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마저 모르쇠로 일관했으니 식량안보가 무엇이고 환경보전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법과 현실은 도농 간 소득격차만큼이나 컸다.

다시 일별해보자, 농업의 공익가치가 무엇인지. 식량안보, 환경보전, 경관보전, 수자원확보, 홍수방지, 전통문화계승. 휴식처제공, 생태계유지, 공동체복원 등등. 그 하나하나의 기능과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그렇듯 농업은 공공성이 확고한 산업이요 문화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농업인의 자긍심과 사명감은 이러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서 비롯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농업경시풍조는 농업인의 자긍심과 권익을 짓밟는 짓이다.

물론 법제는 시대의 변화와 현실을 반영해야 마땅하다.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주에서 개헌이 이뤄져야 함도 당연하다. 보호주의 농정과 농산물시장 개방, 이상과 현실은 동떨어졌고 개헌의 필요성은 고조됐다. 농업의 공익가치를 헌법에 담아내는 일은 캠페인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농업계를 필두로 시민사회단체가 힘 모아 관철해내야 할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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