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농업연구관

인삼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요즘의 인삼시장 상황은 인삼농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인삼 소비는 줄고 있다. 2009년에 개인당 연간 인삼 소비량이 0.48kg이던 것이 2016년에는 0.32kg으로서 7년 만에 3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인삼제품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의 올해 계약재배 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인삼의 50% 이상을 한 두 업체가 계약재배 하던 몇 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전체 인삼 소비시장의 위축과 관행인삼의 계약재배 축소는 관행인삼 농가들을 유기농 농사에 뛰어들게 하고 있다.

국립농산품품질관리원 친환경 인증관리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7월 현재, 산양삼이 아니면서 논ㆍ밭에서 재배하는 유기농과 무농약 인삼 재배 면적은 120ha이다. 유기농과 무농약의 인증면적은 각각 23ha와 98ha이다. 105명의 농업인이 유기농 41개 포장, 무농약 124개 포장에서 인증을 받고 재배하고 있다.

충북 괴산, 경북 상주, 경기도 안성과 파주 등이 주요 재배지역이다. 이것은 다른 작물의 유기농 재배 면적 증가에 비하면 급속도로 늘어난 면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강원도 원주에서 임진수씨가 첫 유기농 인증을 받은 후 2000년대 초에는 20여 농가만이 인삼을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재배하였으니 10년도 되지 않아서 참여농가가 4~5배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재배면적 확대가 가능했던 것은 유기농과 무농약 인삼을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체가 이들 유기농 인삼을 원료로 만든 제품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 5년근 인삼을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회사에서의 유기농 인삼 수매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올해 한 해 충북 괴산지역에서만 유기농 인삼 10ha를 재배 계약했다.

6년근을 계약 재배하여 홍삼 제품을 만들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두 곳은 어린이용은 물론 어른용 유기농 인삼제품을 만들어서 생협 위주로 유통하고 있다. 6년근 유기농 홍삼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원료 확보량이 충분하지 못해서 제품을 확대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농산물이 과잉생산을 걱정하고, 유기농 농산물도 판로 확보를 염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료 농산물을 확보하지 못해서 가공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유기농 인삼 산업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재배시작과 함께 계약재배를 요구하는 농가의 입장과 수확하는 해 무렵에 계약을 하려고 하는 업체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면 6년근 유기농인삼 재배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약재배로 유기농인삼 원료를 확보하려는 업체에서는 믿을 수 있는 농가가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기꺼이 계약재배하려고 하기 때문에 유기농 인삼 재배 면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몇몇 업체가 유기농인삼의 가공·판매를 시도하고, 유기농 인삼을 찾는 개인의 문의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유기농인삼의 수요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삼과 한의원의 백삼 시장은 유기농 인삼의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 아쉬운 것은 개인 소비자가 수삼이나 백삼형태로 유기농인삼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위에는 유기농 수삼을 찾는 사람이 자주 있는데, 이들을 소개해줄 판매처가 없다. 생산자는 몇몇 사람을 상대하면서 직거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협에서 유기농 수삼을 취급하든지, 아니면 소비자가 여럿이 모여서 직거래를 하든지 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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