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 정체성·다원적기능 등 ‘국가 정책적 개입 의무화’ 필요

내년 6월 동시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안 논의가 예상되는 가운데 농업분야 또한 헌법 내 ‘경자유전’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농어업·농어촌에 대한 국가적 보장과 보호의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현행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이 개헌 때 제외돼선 안 되고, 농지가 투기성으로 전락하는 등 원칙이 현실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관련 법률로서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그 취지로 볼때 (경자유전 원칙은) 개헌때 절대 헌법에서 빠져서는 안된다고 본다”면서 “비농민이 투기적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 등에 대해선 법률로서 탄력성을 기할 것은 기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다만 ‘상속에 의해 소유하고 있는 1ha 이내의 농지는 예외적으로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에 대해선 일정기간이 지나도 영농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국가가 농지 비축 차원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농지를 사들이는 방안 등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자유전 원칙 고수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렇듯 정부는 일단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 금지 원칙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현재 상황에선 경제논리에 따른 폐지론은 개헌논의에서 거론여지가 없어 보인다는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대세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같은날 “농지가 없으면 농업과 농촌이 유지될 수 없는 만큼 개헌논의 과정에서 농민과 농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농업, 농민의 공익적 기능이 함께 포함돼야 한다는 논리적 대안과 국민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개헌논의에 농업보호대책을 더욱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농업·농업인·농촌에 대한 정체성 확립 차원의 개헌 활동에 농민단체들은 이미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농업계·헌법학계로 구성된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농민헌법운동본부(이하 농민헌법운동본부)가 지난 18일 출범식과 더불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농민헌법운동본부는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 공익적 성격은 시장을 통해서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 개입을 강제토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면서 “현재의 헌법은 농민의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농민이 생산과정에서 수행하는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장려가 빠져 있기 때문에 개정돼야 마땅하다”고 활동 당위성을 설명했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개헌 헌법에 담아내야 할 농업·농민·농촌 관련 조항은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내용들로, 먹거리 기본권에 제34조 ‘모든 국민은 적절한 먹거리에 대한 권리와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121조(경자유전), 제122조(국토의 효율적 이용), 제123조(농어업 보호 육성, 지역간 균형발전, 중소기업 보호 육성, 농수산물 가격안정, 농어민자조조직 육성) 등의 내용을 농민, 농업, 농촌 부분을 통합해 새롭게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일례로 △농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담보하는 조항, △국토개발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 △여성농민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권리로서 담보하는 조항, △농촌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 등을 꼽았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앞으로 농민헌법 쟁취 서명운동, 범농업계 조직사업, 국회 서약받기 운동 등 여론 다지기 작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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