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노후화·기강해이 등 질타 쏟아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설훈)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농촌진흥청,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국감에서 농진청은 국민의 세금으로 수행되는 연구개발(R&D) 사업 성과가 저조하다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실제로 농진청 예산 9,300억원 중 70% 이상 연구개발 투자에 쓰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연구과제수가 26% 줄었고 정책반영건수도 4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농진청 존재가치를 의심받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국감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 문제로 질타를 받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채용 규정과 맞지 않게 직원을 채용하고도 관련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농촌진흥청


 연구장비 ‘노후화’ 대책 마련해야

진청이 수행하는 R&D 사업의 성과와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노후장비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농진청 소속기관별 보유 연구장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총 보유 연구 장비 1,515대 중 531대가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농진청 연구 장비 3대 중 1대는 노후 장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장비의 노후화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노후장비 교체건수와 예산은 2014년도를 기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교체된 노후장비는 69대, 51대, 38대로 줄었고 2017년에는 단지 9대에 그쳤다. 이 기간 예산은 45억, 35억, 26억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6억으로 크게 감소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 농업과학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연구장비 노후도가 가속화되면서 농진청이 수행하는 R&D 사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농진청은 노후장비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외면받는 기능성 쌀

기껏 개발한 기능성 쌀이 현장 농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국회의원은 “쌀 소비촉진을 위해 개발한 ‘기능성 쌀‘의 보급이 저조한 것은 농가들의 외면 때문으로, 실용화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그동안 피부 미백, 항비만·항당뇨 효능 등 고부가 기능성 벼 연구가 잇따랐고 10개 품종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기능성 쌀 10개 품종중 지속적으로 분양되는 품종은 ‘도담쌀‘과 ‘눈큰흑찰’ 등 단 2가지 품종뿐이다. 나머지 품종은 아예 분양자체가 이뤄지고 있지 않거나 분양이 1kg에 그친 것도 있었다.
안상수 의원은 “신상품 개발은 생산, 판매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해 현장농가의 외면을 불러 온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농약관리불실 여전

정부의 농약 관리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농진청이 등록 취소와 제조·수입·공급·출하를 금지시킨 27개 농약성분 중 DDT, 파라티온, 시안화수소, 패러콰앗(Paraquat) 등이 함유된 22개 성분이 식약처 농약잔류허용기준에선 국내 유통이 허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15종의 수입농산물에선 금지 농약성분의 검출이 용인된다.

정 의원은 “해당 농약 품목들은 수입농산물에서는 기준치 이하이면 국내 유통이 가능하지만 국내산 농산물에서는 기준치 이하라도 미량이 검출될 경우 곧바로 처벌받게 돼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DDT 허용 수치를 당근 0.2㎎, 가금류 0.3㎎, 홍삼 0.05㎎ 등 12개 농산물에서 여전히 검출 기준치를 제시하고 있다. 또 그라목손의 원제인 패러콰앗은 6년전 등록이 취소됐지만 돼지고기·소고기에 0.05㎎, 고추·대두·옥수수 0.1㎎, 해바라기씨 2.0㎎ 등 21개 농산물에서는 검출 기준치가 적용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살충제로 꼽히는 파라티온류 농약도 파라티온 57개 품목, 파라티온 메틸이 61개 품목 등 118개 품목에서 잔류허용 기준치 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특히 파라치온 메칠은 국내 미등록 농약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수입농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상황에서 해당 농약이 검출된 수입농산물이 국내산으로 오인 받아 농산물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강해이 질타 쏟아져

농진청 기강이 해이해 직무태만과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따끔한 질타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지난 2013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비리와 범죄, 직무태만 등으로 정식으로 징계를 받거나 주의·경고를 받은 직원이 본청과 소속기관을 합한 농진청 전체 직원 1,847명 가운데 33.9%인 626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들 징계자 가운데는 금품수수, 허위출장, 출장여비 부당수령, 회계질서 문란, 절도, 직장이탈, 음주운전, 업무태만 등 각종 비리와 직무태만이 천태만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농진청이 어려운 농촌과 농업인, 농업 현실은 외면한 채 각종 비리와 직무소홀, 직무태만이 매년 연속적으로 적발돼 징계처분을 받고 있는 것은 공직기강이 그만큼 해이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중대한 직무소홀을 한 직원들을 징계처분이 아닌 눈감아 주기식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라고 지적했다.

 GM작물 관리 강화해야

GM 작물에 대한 허술한 관리ㆍ감독을 질타하고 각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대책 협의기구 구성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지난 7년간 시험재배지 밖에서 비의도적인 유출로 GM 작물이 발견된 사례가 126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2011년부터 GM작물개발사업단을 운영하며 총 146종의 GM 작물을 연구개발 중이다. 밀, 국화, 유채, 토마토 등 4개 작목을 제외하면 모두 노지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태백산 유채꽃 축제장에서 GMO 양성 반응을 보인 유채가 발견돼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9월에는 충남 예산시 국도변에서도 GMO 유채 자연개화가 발견됐다”며 현실화된 GMO 외부 유출을 추궁했다.

이 의원은 “GMO 유출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최근 유출 사례를 감안할 때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가 참여하는 GMO 대책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당 김현권 의원은 “일본에서는 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 매년 전국 곳곳에서 LMO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발표한다”며 “민간 자율방식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래병해충 대책 마련돼야

지난 수년간 해외병해충 검출 건수가 7만건에 육박하고 그 피해도 상당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위성곤 의원은 병해충전문가 양성을 위한 ‘병해충전문가양성’예산은 201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5년부터는 1억4,400만원으로 동결됐고, 병해충예찰 목적인 ‘병해충예찰방제운영비’예산 역시 같은 기간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4천700만원밖에 편성되지 않았다. 예찰업무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병해충진단장비’예산은 2013년 이후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위 의원은 “철저한 국경검역을 통해 해외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막는 것과 함께 수년전부터 농작물 피해를 유발하고 있는 외래병해충문제 해결을 위한 예찰업무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농작물병해충예찰사업의 지원 확대를 통해 외래병해충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양산단계 지원 ‘뚝’…이사회 운영 ‘질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하 실용화재단)이 출원한 특허 기술을 이전받겠다는 업체는 늘고 있지만 실제 양산단계로 진입하는 예산을 받은 업체가 거의 없어 실용화재단의 역할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박완주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유특허 기술을 이전받은 2,740개 업체 중 실제 예산투자까지 연결된 업체는 18개(0.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정부가 매년 수천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특허나 신규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실제 실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투자로 이어진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며 “농식품산업체의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위해서 실용화재단의 보다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감에서는 또 실용화재단 이사회가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며 이사회 운영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위성곤 의원은 “실용화재단의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원안 의결이 100% 가까운 것은 집행부가 제시하는 안건을 통과시켜주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사회 운영과 구성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불성실공시기관’, 매년 엉터리 경영공시 질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은 해마다 경영공시를 엉터리로 하는 등 방만경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기평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 시스템 등에 의무공시해야 하는 경영 자료들을 미공시하거나 허위공시, 늑장공시하는 등 공시불이행을 하다가 기획재정부로부터 2013년에는 불성실공시 기관으로 지정됐는가 하면 이후에도 경영 공시 자료를 엉터리로 게시하다가 매년 연속 벌점을 부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철민 의원은 “농기평은 불성실공시 기관으로 지정받고 나서 뒤늦게 기관운영의 투명성 제고 및 대국민 서비스 증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경영공시 운영지침을 제정했다고 하나 이후에도 공시불이행은 계속됐다”면서 “각종 경영공시 자료들만이 엉터리가 아니라 주요사업들도 문제투성인 만큼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등 방만경영을 시정하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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