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품종 보급 100% 다가선 고구마”

세계적으로 식량수급 안정문제가 대두되면서 종자는 미래 식량 수급의 중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고부가가치산업이자 신성장 동력산업인 종자산업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국제신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했으며 가입 후 10년이 지난 2012년부터 모든 작물을 품종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

특히 외국 종자에 지불한 로열티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이 외국에 총 지불한 로열티는 약 172억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오는 2020년에는 로열티 부담액이 무려 7,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종자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글로벌 종자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정부 지원 하에 ‘민간육종연구단지’ 유치계획과 ‘골든 시드(Golden seed: 금값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가치 종자를 의미함)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 중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농업인신문사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종자 국산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고구마, 옥수수, 단감의 사례를 3회에 걸쳐 소개코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고구마
      Ⅱ.  옥수수
      Ⅲ.  단감



지난 과거 먹거리에 대한 궁핍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대한 역할을 해온 고구마. 세계 7대 식용작물 중 하나인 고구마는 알카리성 식품으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및 양질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암·항산화 작용과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 약리효과가 인정돼 성인병 예방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찐고구마, 군고구마 등 1차 식품에서 벗어나 케익, 주스, 주류, 다이어트용 기능성 제품은 물론 면류, 당면 등 전분 가공제품 소비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면 고구마 시장 규모를 가까운 장래에 1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양한 가치 지닌 고구마


메꽃과의 고구마는 다른 작물이 자랄 수 없는 토양에서도 재배할 수 있고 재해에도 강하며,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반면 묘를 길러 옮겨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장기간 저장이 어려운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763년 일본에 조선통신정사로 갔던 조엄이 쓰시마에서 구황작물로 들여온 것이 최초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생산량이 25만5천톤으로 1991년 이래 매년 1.9%씩 감소하고 있으나, 농가 수취가격은 7.4%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생고구마의 자급률은 100%에 달하지만 당면, 전분 수입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자급률은 50% 이하로 추정된다.

뿌리, 줄기, 잎 등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고구마는 영양이 탁월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항암, 항산화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강화 작용 등 약리적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외국에서는 고구마 식품가공 기술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있으며 일본의 고구마소주, 케이크 등에서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고구마는 전분함량이 높고 수량성이 높아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소재로서 검토되고 있으며, 자색고구마의 안토시아닌을 활용한 의약소재나 건강기능성 식품분야 등도 유망한 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영농방식과 친환경 재배, 저장 기술을 장점으로 하는 농업인과 영농법인들의 성공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비용 고소득의 대표 작물

국내에서 고구마는 2015년 현재 전체 재배면적 19,000ha에서 총 295,000톤을 생산했다. 감자와 비교해서도 재배면적이 적고 생산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아 농가소득 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2015년 10a당 소득은 165만원으로 쌀, 콩, 보리 등 식물작물 가운데 가장 높은 작목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고구마는 품종 구분 없이 밤이나 호박, 자색고구마, 때로는 황금고구마 등 외형이나 색, 이런 부분들로 구분돼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구마는 영양번식으로 육묘로 생산되기 때문에 농가에 보급된 일반 고구마의 바이러스 감염률은 거의 100%에 이른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이 수량과 품질의 저하를 가져오는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구마에 피해를 주고 있는 바이러스는 약 10여종에 이르며, 국내에서는 얼룩무늬바이러스나 잎말림바이러스 등 4종의 바이러스가 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고구마에 나타나는 주요 피해 증상으로서는 황화반점, 얼룩무늬, 내부괴저, 수량감소나 모양 등 다양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키 위해 농촌진흥청은 바이러스 무병묘 대량 증식 및 보급체계를 확립하게 됐다. 바이러스 무병묘를 이용하게 되면 수량성이 약 10%~20% 이상 증가하고 표피색이나 껍질색이 선명하고 상품성이 매우 우수하다.

농진청은 지난 2009년부터 논산 등 5개 지역에 실증시험을 통해서 고구마 바이러스 무병묘를 재배해 일반묘와 비교해 수량이 17%~45%까지 증가하는 농가 실증시험 결과를 얻었다.

또한 일반묘는 바이러스 재감염률이 거의 100%인 반면 무병묘를 재배했을 경우에는 재감염률이 4%에 불과하고 품질에 있어서도 전분함량이 1%~2% 더 높았다. 농진청은 무병묘 대량 증식을 위해 액체배지를 이용한 고구마 조직배양 증식방법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고구마 바이러스 특이분자표지 RT-PCR기술을 개발해 국내에서 피해를 주고 있는 바이러스 4종에 대해서 감염여부를 동시에 판단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신품종

▲ 신품종 단자미
농촌진흥청은 시대 흐름, 기후변화, 소비자 소비패턴 등 다양성을 고려해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구마의 국산품종 보급률은 45% 가량이다. 고무적인 것은 국산 품종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모종의 생산·보급 체계도 비교적 관리가 잘되고 있어 올해는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농진청은 2023년까지는 80%까지 국산품종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고구마 신품종 중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풍원미’, ‘단자미’, ‘호감미’, ‘예스미’를 꼽을 수 있다.

‘풍원미’는 2014년 개발돼 단기간에 보급률이 급속히 늘어나 보급 3년만인 올해에 재배면적이 2천ha이상으로 확대됐다. 고당도 품종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고 병해에 강해 생산자가 많이 찾으며 재배면적이 넓어 균일한 품질의 물량 확보가 가능해 유통업계의 반응도 좋다. ‘풍원미’의 시장 경매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해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신품종 호감미
2015년 개발된 자색고구마 ‘단자미’는 안토시아닌 색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 및 항암 작용이 뛰어나며, 고혈압을 완화시켜주는 등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단자미’는 찐고구마의 당도가 높고 식미가 우수하여 자색고구마의 용도 다양화와 고구마 소비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자색고구마와 달리 쓴맛이 없다. 100g당 안토시아닌 함량이 27.2mg으로 높은 편이며 찐 고구마의 당도는 31.3Brix°로 고당도 품종이다.

지난 2015년 개발된 ‘호감미’는 덩굴쪼김병에 강하고 찐고구마 육질은 약점질로 부드러우며 당도가 높고 식미가 우수하기 때문에 농가와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성을 두루 갖춘 품종이다. ‘호감미’는 쪄말림(고구마 말랭이) 가공 특성도 우수하다. 100g당 베타카로틴이 9.8mg 들어있고 찐 고구마의 당도는 32.2Brix°로 고당도 품종이다. 찐 고구마의 육색은 주황색을 띠며 육질은 물고구마(점질)와 밤고구마(분질)의 중간 정도로 맛이 좋다.

2013년 개발된 ‘예스미’는 베타카로틴을 함유하고 있고 총폴리페놀 함량이 많은 기능성 품종으로서 생고구마 식미가 양호하고 덩굴쪼김병에 매우 강한 품종이다. 조기재배 수량이 많아 조기출하에 유리하다.

고구마산업 전방위적 관심·지원 절실

고구마는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작물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필요한 식량이자 산업소재 작물이다.
식량적인 측면에서는 식사대용, 간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영양균형이 잘 맞아 노인들이나 어린이까지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산업소재로는 일본, 중국, 미국에서 바이오에너지 작물로, 국제기구에서는 기아해결을 위한 중요한 작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구마 산업은 강소농, 생산자 단체가 많아 기술적으로나 생산역량 측면에서 상당히 기반이 갖춰진 상태다. 특히 시장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의 50%가 도매에서 소매의 유통마진이라 이를 농가와 소비자의 이득으로 돌릴 필요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 클러스터사업단, 지자체 특성화 사업 등으로 가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특별한 상품이 없는 것이 중요한 만큼 보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처럼 고구마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선진국은 기관, 개인, 회사 등 육종역량이 다양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크게 부족한 핸디캡을 안고 있다.

특히 육종분야는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돼 다양한 용도에 맞는 품종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자색, 주황색 등 다양한 색상과 기능성이 함유된 품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일본과 같은 나라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투자한 클러스터사업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고 지자체도 육성에 적극 참여하는 만큼 주세법 개정, 생산자 단체의 직거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고구마 산업도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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