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한 ‘빅 데이터’ 농업
맹랑한 ‘빅 데이터’ 농업
  • 백종수 편집국장
  • 승인 2017.10.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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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비축미가 오늘날짜로 얼마나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김영록 장관은 자료를 찾아보더니 206만 톤이라고 답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쌀은 역시나 비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질의를 이어갔다. 비축물량을 매일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장관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재고량을 매일 파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듯이,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속셈하려는 순간, 박 의원의 ‘사실 폭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모든 주유소의 판매량과 보유량을 매일 포스트 시스템으로 보고한다, 왜냐면 가짜 석유를 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쌀 200만 톤은 수기로 월 1회 보고를 한다, 쌀 보관창고가 전국에 4천500개다, 중앙정부가 20곳 관리하고 나머지는 다 민간인이 하고 있다, 입출고 판매 운송 재고파악 제대로 되겠느냐, 지난번 사고 알잖느냐, 관리하는 사람이 가운데서 뻥, 26억 원어치 1천800톤을 빼 드셔도 농림부는 모른다.

박 의원은 정보통신기술 강국답게 정부비축미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형마트도 그렇고 편의점도 전국에 1천 곳이 넘으면 계절별로 남자여자 어떤 것을 사가고 재고가 얼만지 다 안다, 구곡이 어디에 얼마나 남았나, 의무수입물량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고 오늘은 얼마나 방출이 됐나, 그것을 농림부장관실에서 모니터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격리 하는 이유가 쌀값 안정시키자고 하는 것 아니냐, 아이티 강국답게 좀 더 과학적으로 재고관리 잘하고 시장격리 방출 조절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대책 세우시라.

박 의원의 지적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설훈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농림해수위원들, 참관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관을 비롯한 배석 관료들도 수긍하는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할 만한 일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지당했다. 해마다 생산량, 수입량, 재고량을 따져가며 수급에 민감한 쌀 시장을 예의주시한다던 정부가 사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을 지경에 있음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수입쌀이 국산 쌀로 둔갑해도, 가공용 쌀이 밥쌀용 쌀과 뒤섞여도 먹기 전까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실. 그 혼돈의 근거지가 비축미 보관창고라니, 그 사실을 알면서도 손 놓고 있는 정부라니. 적폐는 그렇게 무질서하게 쌓였던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자료 축적과 체계적 관리를 위한 기초를 구축하는 일은 지난 세기에도 무수히 강조됐다. 고금동서 기록의 중요성과 함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정보 홍수’ 시대를  열어젖혔다. 컴퓨터는 일상을 바꿔놨고 월드와이드웹은 세계를 연결했다. 그렇게 정보는 풍부한 자원이었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일과 조직의 기초요 기본이 됐다. 그리고 두려움과 설렘으로 맞이한 이십일 세기, 데이터베이스 위에 어마어마한 정보가 쌓이고 발달한 통신기술은 또 다른 세계, 신세계를 창조해냈다. 예측불허의 세계, 예측가능의 수단이 필요했다.

되짚어보면 빅 데이터의 탄생은 자연스럽다. 정보량은 말 그대로 기하급수로 늘었다. 정보의 크기를 나타내는 바이트 단위는 킬로에서 단숨에 메가, 기가, 테라, 페타로 내달렸다. 빅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 차원을 넘어서는 대량의 정보 또는 그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해 가치 있는 결과를 추출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다시 말해 대량의 정보를 생성, 수집, 분석, 표현하는 일련의 기술이다. 다변적이며 예측이 쉽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등 빅 데이터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전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 떠오르는 10대 기술 첫머리에 빅 데이터 기술을 뒀다.

빅 데이터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선거, 야구를 포함한 각종 스포츠, 기업경영이나 마케팅, 과학수사나 프로파일링, 보안관리 등 정보통신, 기상정보와 예측, 보건의료와 생물정보학, 통계학을 비롯한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빅 데이터를 빼놓고 진전을 바랄 수 없는 경지에 있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유권자 정보를 확보해 분석함으로써 유권자별로 맞춤형 전략을 짜고 효과 있게 공략하는 선거운동이 보편화하는 양상이다.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 적재적소 선수를 배치함으로써 승률을 높인다는 ‘머니볼 이론’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시작해 각종 스포츠에 적용하는 빅 데이터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빅 데이터는 핵심기술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 데이터 기술을 꼽는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모든 가치사슬과 프로세스가 연결돼 소통하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정보가 취합되면 인공지능이 빅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농업현장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농산품 생산, 가공, 유통, 소비의 전 영역의 정보망을 구축해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박완주 의원의 지적에 김영록 장관은 “아이시티기술을 접목해 (이천)22년까지 할 계획인데 좀 당겨서 하겠다”고 답했다. 참 아리송하고 답답하다. 전수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해 실시간으로 비축미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데 2022년까지, 조금 앞당겨서 한다고 한다.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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