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사회적 농업’이 포함되며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농업의 올바른 확산을 위해 정책 방향 설정 및 관련 법적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서울 aT센터에서 ‘사회적 농업 실천 사례와 정책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사회적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사회적 농업이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농촌에 잠재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 사회적 농업 실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코자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농업의 개념을 정리하고, 국내외 사회적 농업 실천들을 살펴보며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지원 대상 기준 마련 및 시기적절한 법제 도입·정비 필요”

‘사회적 농업의 의의와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은 “사회적 농업이 유럽에서는 다양한 유형으로 관찰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관심도가 높아지며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 자체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정섭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
김 센터장은 그러나 학술이나 정책 영역에서 사회적 농업은 그 개념조차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농업의 정의를 논자마다 다르게 설정하고 있으나, 한국에서의 사회적 농업 개념의 윤곽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농업 실천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국내에서 적어도 세 개의 실천 유형을 식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이를 농장에서 고용해 영농에 종사하게 하는 ‘노동통합 사회적 농업’, 정신적ㆍ신체적 장애가 있는 이에게 농업의 치료적 요인과 결합된 돌봄 서비스를 농장에서 제공하는 ‘돌봄 사회적 농업’, 그리고 농업 기술ㆍ지식이 부족한 사람, 도시의 아동ㆍ청소년 등에게 농사를 가르쳐 직업을 얻게 하거나 농업ㆍ농촌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돕는 ‘교육 사회적 농업’으로 김 센터장은 구분했다.

김 센터장은 “사회적 농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관심이 최초로 표명된 시점이라 아직은 사회적 농업 실천이 두텁지 않으므로, 정책 방향의 골간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농업 정책의 지원 대상에 대한 합리적인 고민과 시기적절한 법제 도입ㆍ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협력 중요”

▲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대표
이어 국내 농촌지역의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두 곳의 사례를 들어보는 시간이 진행됐다.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대표는 ‘사회적 농업과 마을-장곡 지역의 경험’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위치한 ‘젊은협업농장’과 ‘행복농장’의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농사를 배우며 지역사회 조직들이 기획한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청년 농업인을 키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에 필요한 청년 인재를 길러낸다.
행복농장은 복지관 또는 기관에 소속된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농업 활동을 체험하고 농사 기술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 대표는 “사회적 농업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농업과 지역, 농촌과 교육, 배움과 협업, 전통과 문화 등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사회적 농업 실천에 한발자국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세진 교남어유지동산 원장
두 번째 사례발표자로 나선 권세진 교남어유지동산 원장은 ‘장애인의 행복한 일터, 교남어유지동산’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파주시 적성면에 위치한 교남어유지동산의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교남어유지동산은 장애인 복지시설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약 8000여평의 비닐하우스와 노지에서 방울토마토, 오이 등 40여종의 제철 농산물을 친환경으로 생산하고 있다.

권 원장은 “교남어유지동산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6차 산업형 테마파크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또 윤리적 경영으로 장애인의 고용안정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 사회적 농업지원법 발의 추진

발표 이후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 주재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장,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 조미형 목포대학교 강사 등이 참석해 사회적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조미형 강사는 “사회적 농업은 사회복지 실천에서 농업을 포함시킨 농촌복지”라며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농업을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닌 농업을 ‘중점’으로 두고 지역사회와 융화하는 모습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전했다.

강혜영 과장은 “처음엔 사회적 농업 실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농촌의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해 돌봄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니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곳을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제대로 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곧 사회적 농업지원법을 발의할 예정이며, 앞으로 사회적 농업의 여러 사례들을 수집해 올바른 방향 설정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농업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정부에서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81번째 국정과제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의 세부 내용으로 2018년부터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기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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