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농가, 현실 외면한 악법 ‘즉각 철회’ 요구

계란에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가 행정 예고된 가운데 농가들이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2일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안전성 강화 명목으로 계란 난각에 시·도별 부호와 농장명 대신 계란의 산란일자, 생산농장의 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 등을 표시토록 하는 ‘축산물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식약처는 또 난각표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난각에 산란일 또는 고유번호를 미표시한 경우의 행정처분 기준을 1차 위반 시 현행 경고에서 영업정지 15일과 해당제품 폐기로 강화했다. 또한 난각의 표시사항을 위·변조한 경우 1차 위반만으로도 영업소 폐쇄 및 해당제품 폐기할 수 있도록 처분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산란계 농가들은 식약처가 내놓은 종합적인 계란 안전성 강화 대책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생산농가와 계란 유통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난각 산란일자 표기’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산란계 농가들의 규모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탓에 사육규모가 50만수에 달하는 농가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이들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 전량이 동일한 시간대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산란일자가 표기돼 유통될 경우 고병원성 AI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해 제때 판매하지 못한 계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외면이 불을 볼 듯 뻔하고 그만큼 농가들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계절별 신선도 유지기간은 물론 유통 기한이 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것은 멀쩡한 계란을 폐기해야 하는 부작용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난각 표시규정 자체가 없고 생산농가에 관한 중요 정보만 표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축산물의 경우도 포장육의 경우 포장일자를 표기하기는 하지만 도축일자를 표기하는 경우는 없고 우유도 최근 서울우유가 제조일자를 표기하기는 하지만 원유의 착유일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란계농가들은 식약처가 농가들의 실정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산란일자 표시를 강행할 경우 강력 반발은 물론 집단행동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진정으로 안전한 계란생산을 도모코자 한다면 GP센터 유통 의무화를 시행한 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계란 생산기반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 없이 ‘난각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과 혼선이 야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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