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중국 동진의 어린 임금 간문제가 들에 나갔다가 논의 벼를 보고 그것이 무슨 풀인지 몰라 신하에게 물었다. “저 물밭에 가득 퍼져 있는 풀은 무슨 풀인가?” 신하가 답했다. “그것은 벼라 이르옵고, 사람이 먹고 사는 밥이란 것이 저 풀 끝에 맺히는 작은 열매입니다.” 구중궁궐에 살며 밖에 나가 벼를 볼 일이 없었으니 어린 임금이 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와 비슷한 일화로 우리나라에는 ‘쌀나무’가 있다. 20여 년 전, 실제로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본 적 없는 도시 아이들이 쌀이 나무에서 자란다고 생각해 도화지 가득 쌀나무를 그렸다거나 시골에 가서 쌀나무를 찾았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은 현장학습 등으로 벼를 보고 만져본 아이들이 많아 ‘쌀나무’와 같은 해프닝은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농촌에 대한 이해, 농업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정보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 때문에 ‘홍보’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앞 다투어 ‘픽미(Pick me)’를 외쳐야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간택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농업은 과거와 비교해 그 입지가 많이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농촌 또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농업이 미래 유망산업으로 전망되고 농업의 잠재력이 주목받으면서 농업에 거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이렇듯 극과 극의 정보들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기 마련이다. 농업 홍보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혼란을 줄이고, 농업이 그린 청사진을 공유해 농업 가치를 함께 키워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은 농업과 관련해 알찬 정보들을 얻어서 이득이고, 농업은 국민이라는 조력자를 얻어서 이득이다.
이에 농업과 관련된 홍보시설이 여기저기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홍보시설은 뉴스나 신문, SNS로는 전해지기 어려운 생생한 농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해 온 농업 박물관, 쌀 박물관을 비롯해 충북 옥천의 포도홍보관, 경기 이천의 농업테마공원처럼 지자체 단위로 운영하는 다양한 시설들은 찾는 사람들이 농업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중에서도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농업과학관은 농업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2014년 농촌진흥청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농업과학관도 새로이 단장을 했는데, 4D 체험관 등 최첨단 시설로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학생들에게도 인기다.

이와 함께 농업과학원, 식량과학원, 원예특작과학원, 축산과학원 등 농촌진흥청 소속기관들의 견학 프로그램은 농업 연구 현장을 분야별로 둘러볼 수 있어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그동안 우리 농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앞으로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사전 확인 후 농촌진흥청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 농촌하면 ‘낙후된’, ‘어려운’, ‘힘들고 고된’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농업, 농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최첨단의’, ‘기술집약적인’, ‘전도유망한’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현장을, 농업이 꿈꾸는 미래를 생생한 홍보를 통해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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