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aT, 관행적 조사로 도매시장 과대평가”

보고서, 도매시장 경유율 축소위해 원본 재가공 ‘의혹’

유통주체 도입 논쟁 재연… 관련 질의에 인터뷰 거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일반과제로 수행하고 있는 ‘농산물 유통체계의 국제비교분석과 유통정책 개선방향(2/2차년도)’의 중간 연구결과를 활용해 작성한 ‘청과물 도매시장 경유율 산정과 정책적 시사점’(이하 보고서)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정부통계로 유일하게 작성하고 있는 유통실태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가공된 자료를 원본처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거래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매시장 경유율이 가까운 장래에 하락할 전망”이라는 분석을 담고 있다.

원본 아닌 재가공 ‘의혹’… aT “우리 자료 아니다”

보고서는 aT를 직접 거명했다. “aT 품목별 유통실태에서는 도매시장 출하 비중이 일부 제시되어 있지만, 관행적 조사방법에 의존하고 있어 도매시장 경유율이 과대평가되고 대형유통업체, 슈퍼마켓 등의 새로운 유통경로는 과소평가되는 경향”을 주장했다.

또한 “국내 청과물 유통은 도매시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청과물 유통실태 조사<그림1>에 따르면 도매시장 유통 비중은 약 60~70%로 파악”이라며 “1996년 농산물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이후 21년이 지난 현시점에 도매시장의 취급물량이 과다하게 산정되는 것은 해당 자료를 발행하는 기관의 조사품목, 조사방식, 조사시기 등에 대한 한계 때문인 것으로 판단”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근거자료가 ‘2014 주요농산물 유통실태’(KAMIS 통계자료) 였다. 그러나 본지가 해당 자료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aT 유통정보부에 확인한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aT 유통정부보 관계자는 “어떻게 작성됐는지 모르겠다”, “해당 자료는 우리 자료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본지가 aT의 ‘2014 주요농산물 유통실태’ 원본과 보고서가 제시한 자료를 비교해본 결과 상이함과 오류가 함께 드러났다. 양측 자료 모두 ‘도매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의 실상은 ‘도매시장’이다. 향후 aT의 유통실태 보고서 작성 시 수정되어야할 부분이다.

aT의 원본 자료는 도매시장 경유율을 58.4%로 분석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68%로 재가공된 수치를 제시했다. 문제는 원본보다 부풀려진 재가공 데이터를 가지고 “관행적 조사방법에 의존하고 있어 도매시장 경유율이 과대평가”라고 지적한 것이다.

더욱이 보고서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청과물 생산량 자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조사한 도매시장 취급물량 자료를 사용하여 생산량 대비 거래량으로 도매시장 경유율 파악이 가능” 하다며 ‘<표1>공영도매시장의 청과물 경유율(2001~2015)’을 제시했다.

제시된 <표1>에 따르면 2014년 공영도매시장 청과물 경유율은 49.6%에 불과하다. 이는 aT의 원본 자료 58.4%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보고서가 <그림1>로 주장한 68%와는 더욱 큰 차이를 나타낸다.



문제는 또 있다. <표1>은 ‘공영도매시장’의 청과물 경유율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전국 도매시장 현황에 따라 엄격히 구분하면 공영도매시장은 33곳. 여기에 청과물을 취급하는 일반법정도매시장 5곳과 민영도매시장 2곳을 더하면 청과물을 취급하는 도매시장은 총 40곳이다.

 따라서 ‘공영도매시장’으로 한정시켜 청과물 경유율을 축소한 것은 “aT 유통실태조사가 도매시장 경유율을 과다하게 산정했다”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더욱이 aT의 유통실태조사 방식과 달리 6~7% 수준의 감모율(농촌진흥청)과 농가의 자가소비물량 등을 제외시킨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여 년간의 거래제도 논쟁에 또 다시 불 지펴

논란은 또 있다. 보고서 자체에서도 “도매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고 있는 도매시장 거래제도와 관련된 논쟁”이라고 지적해 놓고도 “상물일치 위주의 경매제와 상물분리를 지향하는 시장도매인제”라는 표현으로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이다.

보고서는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및 시사점에서 “도매시장 관련 경제주체인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관리공사 등이 가격안정을 지향하는 거래제도 및 품질균일화를 요구하는 산지출하조직과 소비지 구매조직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상물일치 위주의 거래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도매시장 경유율은 가까운 장래에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APC를 운영하고 있는 358개 산지출하조직 가운데 168개와 대형유통업체 및 슈퍼마켓 농산물 담당 MD 63명(소비지 구매조직)을 대상으로 한 자체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산지출하조직을 대상으로 도매시장 거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답변으로 “가격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거래제도의 도입 및 확산”(29.8%) 이 도매시장 경유율 하락 전망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설문은 우선순위(1, 2순위)에 따른 가중치가 적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재배를 통한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보장”(23.0%),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준의 가격결정”(20.7%) 등 가격관련 내용으로 응답이 집중된 3가지 방안 중 하나이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시장가격 하락 시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생산자 소득보전의 장점은 있지만, 소비자 지불가격 상승 등의 결과로 인해 사회후생이 편중될 가능성 존재”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또한 소비지 구매조직은 현재 4.7%에 불과한 도매시장 구매비중을 높이기 위해 ‘품질 시스템 확립’(34.7%)을 꼽았을 뿐이다. 거래제도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상물분리를 지향하는”, “가격안정을 지향하는”, “도매시장 반입량과 가격변동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최근에는 도매시장의 본원적 역할 및 기능이 훼손되는 도매시장 존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 등의 표현으로 거래제도와 관련된 논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일반과제 및 해당 보고서의 책임연구자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병옥 연구위원은 보고서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민감히 반응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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