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 자의적 판단과 행정편의로 혼란 키워

추석 성수기간 중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의 중도매인연합회가 특정 품목과 특정 일자에 경매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문제가 되고 있다. 서부시장 중도매인연합회는 집단적인 경매거부를 결정한 회의결과를 관리사무소와 도매시장법인(공판장 포함) 및 중도매인조합 등에 공문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치 못한 채 행정 편의적인 판단으로 방임하려는 무사안일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14일 서부시장 중도매인연합회는 ‘9월 중도매인연합회 회의결과(통보)’(중연2017-14호)를 시행했다. 서부시장 관리사무소와 농협광주공판장·두레청과·호남청과의 각 청과 및 채소조합, 수협중도매인협의회장을 수신처로 하는 해당 공문은 중도매인연합회 소속 7명의 대표자 가운데 6명이 참석해 결정된 회의결과를 담고 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추석연휴 전 경매일정 토의 결과’이다. 중도매인연합회는 “△채소, 10월 1일(일) 경매실시 △과일, 9월 30일까지 사과·배 경매실시. 10월 1일(일) 경매 미실시”를 결정했다. 이는 중도매인연합회 차원에서 경매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집단적인 행동을 뜻한다.

농안법 제25조(중도매업의 허가) 제5항 제1호에 따르면 “(중도매인은) 다른 중도매인이나 매매참가인의 거래 참가를 방해하거나, 집단적으로 농수산물의 경매 또는 입찰에 불참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도매인 각자의 경매 참여 또는 휴업은 자유 판단이다. 중도매인은 도매시장 개장일에도 자율적인 휴업이 가능하다. 정기휴업일과 거래질서 위반, 최저거래금액 등에 대한 제한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집단적인 행동은 사안이 다르다.

농안법 제82조(허가 취소 등)는 중도매인의 집단적인 경매 불참에 대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해당 업무의 정지를 명하거나 중도매업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도매시장의 모든 시설 및 유통주체의 허가가 생산자 및 소비자의 이익보호와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서부시장 관리사무소의 업무규정인 ‘광주광역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업무조례 시행규칙’도 중도매인의 집단적인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조례 시행규칙 제39조(경매참가거부 및 담합금지 등) 는 “(제2항) 중도매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집단적으로 경매 또는 입찰에 불참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항) 중도매인은 담합하여 도매시장의 거래질서 및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 서부시장 관리사무소의 대응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문을 접수한 서부시장 관리사무소는 중도매인연합회와 전화통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해당 공문을 함께 접수했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조합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서부시장 관리사무소 이승현 주무관은 “중도매인연합회에 해당 공문을 발송한 의도를 확인한 결과 도매시장법인에 보낸 것을 참고하라는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중도매인연합회에 문서작성 의도를 확인한 결과 경매거부로 판단되지 않아 구두상으로 보이콧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담당자가 확인했듯이 공문으로 접수된 내용이다. 그러나 처리 결과가 없다. 관리사무소는 해당 공문에 대한 처리결과나 추석 명절 영업일 공지도 하지 않았다. 중도매인연합회 역시 공문으로 밝힌 내용에 대한 철회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서부시장 관리사무소는 9월 22일에 정기휴업일인 10월 1일(일) 임시개장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임시개장이나 추석휴장일 공지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본지의 확인결과 서부시장 관리사무소는 2017년 설 연휴와 2016년 설 및 추석 등 명절 성수기 정기휴업일에 대한 공지를 해왔다. 유독 이번 사안에서만 공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서부시장 중도매인연합회 박종철 회장은 “논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 조치를 희망한다는 의미에서 회의결과를 통보했다”면서 “표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매년 구두로 했던 내용이기 때문에 공문으로 요청한 것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관리사무소와 통화는 했지만, 문서로 받은 것은 없으며, 매년 사과, 배의 경우 명절 특수가 지나면 값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통제를 해달라는 의미”라며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낸 이유는 상급 기관에서 교통정리를 해 달라는 의미였고, 당연히 관리사무소가 조정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절차상 관리사무소에서 문서에 대한 답변으로 근거와 내용을 들어서 답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서부시장 관리사무소의 행정 편의주의와 중도매인연합회의 일방적인 요구가 맞물려 발생됐다. 이 과정에서 도매시장법인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도매시장법인은 생산자를 대변해 관리사무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선례를 마련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일부 도매시장법인이 마치 남의 일처럼 뒷전에서 브로커인양 행세하는 작태를 드러냈다. 더욱이 당시는 추석 성수기간 동안 출하를 원하는 생산자와 중도매인의 명절 수요 등을 감안해 정기휴업일 개장 승인이 병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도매시장법인은 “영업의 실익”을 운운하며 구두로 휴업을 통보했고, 관리사무소는 이를 받아들였다. 과연 이러한 행태가 도매시장의 관리기능과 공익 및 사회책무 등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광주광역시는 서부시장과 함께 각화시장을 개설하고 있다. 각화시장의 경우 지난 9월 19일  ‘추석 명절 대비 도매시장 정기휴업일 임시개장 및 휴장일 안내’를 통해 10월 1일(일) 임시개장과 10월4~6일까지 휴장을 공지한 바 있다. 서부시장은 취재가 진행된 이후 9월 26일 홈페이지에 임시개장 및 휴업일을 공지했다. 광주광역시가 개설한 도매시장 2곳의 7개 도매시장법인(공판장 및 수협 포함) 가운데 임시개장일에 휴업한 곳은 단 한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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