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유감
국정감사 유감
  • 백종수 편집국장
  • 승인 2017.09.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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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정감사의 계절이 왔다. 종종 혈세낭비의 진원으로 힐난 받는 국회가 그나마 ‘할일’을 하는 시기라고 할까, 이마저도 제 밥그릇 걷어차듯 손 놓는 파렴치한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예컨대 증인채택을 두고 이견을 보인 끝에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어이없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국감이 그렇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두고 국감 증인으로 세우려는 측과 이를 막으려는 측이 충돌했다. 여야 간의 힘겨루기 끝에 결국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했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은 물론 공공기관의 조직 및 인사 관리 등 기관운영 전반에 관해 국회가 벌이는 감사활동을 말한다. 정부조직법 등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 광역자치단체, 공공기관, 한국은행, 농협과 수협, 기타 국회가 의결한 기관 등이 피감기관이 된다. 국감은 대개 9월부터 100일간 열리는 정기국회 중에 30일 이내로 활동이 이뤄진다. 올해 국정감사는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감기간 국회 풍속도는 어지간한 난장보다 판이 크고 흥미롭다.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라면 수십, 수백 장의 인상 깊은 풍속화를 남겼을 법도 하다. 지금이야 사진이나 동영상이 풍속화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국감 풍속도는 우선 시끌벅적하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감사대상 정부 공직관료와 공공기관 임원진, 각계 증인과 참고인, 국감을 취재하는 수많은 언론 기자까지 국감장은 물론 생중계 화면을 볼 수 있는 복도마저 북새통이다. 어떤 이들은 이때를 ‘가장 국회답다’고 평한다. 국회가 민의로 들끓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국정감사는 기자들에게 ‘꽃놀이패’와 같다고 할까, 보도할 만한 ‘건’이 넘쳐나는 까닭이다. 일일이 발로 뛰며 취재해야만 나올 법한 답변이 수시로 쏟아져 나오고, 취재원을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구하지 못할 자료가 무더기로 쌓이니 기자들이 쾌재를 부르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의회의 힘이 느껴지는 때이기도 하다. 분야, 부문별로 숙원사항이나 민원이 접수되고 의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곳, 바로 국정감사장인 것이다.

 반면 공직에 있는 정부 관료와 공공기관 인사들에게 국정감사는 긴장백배의 업무일 수밖에 없다. 기존 국감은 크게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이라는 두 축으로 이뤄졌다. 쓸모없는 일을 벌여 혈세를 낭비했다거나

공공예산을 사사로이 부정축재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비위를 저지르지나 않았는지 회계검사는 예리하기 십상이다. 직무수행은 물론 공직윤리, 인사관리 등에 대한 감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이뤄진다. 게다가 요즘 국감에서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효율적인지 등을 따지며 성과 평가까지 하고 있으니 행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국민들은 국감 장면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으나 요즘은 국회방송은 물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인터넷방송이 활발해지면서 실시간으로 국감진행을 알 수 있게 됐다. 청문회 질의와 답변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용자가 가입한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통해 국민들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곧바로 진위를 국회의원에게 알리거나 근거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회와 국민의 ‘협력’은 최근 문재인 정부 인사청문회나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굳건해지는 양상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도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이미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한 제보와 건의를 국민들에게 요청한 상태다.

한편에서는 국감이 무용지물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에 따라 국정을 올바로 이끌도록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정책으로 관철하는 의회가 되어야 하는데 국감을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2중대’니 누구 사수대니 하며 대놓고 비아냥대겠는가. 물론 창과 방패의 대립은 맞다.

야당은 날을 세우며 공격하고 여당은 창을 막아내려 애쓸 일이다. 그러나 국정감사는 의회와 행정부의 대립이지 여야의 싸움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행정부를 두둔하려는 여당의 행태가 눈꼴시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날을 벼리지도 않는 야당의 무기력함도 꼴불견이다.

올해 국감은 예사롭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한 첫해이기도 하지만 지난 정부의 과오가 흔적으로 남은 마지막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오월 대통령선거까지는 이전 행정부의 국정운영이, 대선이후에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맞닿아 있기에 여야의 ‘포지션’이 애매모호한 측면도 있다. ‘적폐’의 정체를 두고도 여야는 판이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마당이니 국감장은 더 시끌벅적한 주장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북정책과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외교, 사드배치 같은 안보문제가 의회와 행정부 사이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여야 간 ‘벽’처럼 놓이지나 않을까, 그래서 결국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기본으로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농업회의소 설립, 쌀 대책, 농협 개혁, 축산질병 해결책 등 농정을 올바로 펴도록 잘 뜯어보고 행정부가 고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반쪽 국감’이나 예년의 ‘말잔치 국감’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농업인신문, NONGU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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