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곶감 가공 성공…지역 특산물로 자리매김

 통일양묘사업으로 통일 후 산림녹화 준비



▲ 이양수 철원군산림조합장
강원도 철원군은 사람의 손길이 많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철원지역 중 깊은 산속 음지에서 자라는 삼지구엽초를 비롯해 도라지, 더덕, 잔대 등 다양한 약초를 볼 수 있다.

철원군산림조합은 1962년 창립 후 임업기술지도와 산림경영, 대리경영 등 산림 전담 실행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산림 소유자와 임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추진하고 산림생산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철원군산림조합을 이끌고 있는 이양수 조합장은 30대에 철원군의원에 당선돼 강원도에서 최연소 기초의원이란 타이틀을 달았고, 군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가졌던 지역에 대한 고민을 임업에서 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철원군 산림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이양수 조합장은 “그동안 철원군은 평야지대 곡창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산림의 경제성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았다”면서 “쌀 생산에 많이 의존했고, 산지는 지역 특성상 군사적으로 이용된다는 선입견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장을 맡은 후 지역의 전체적인 발전과 변화를 산림이라는 한 분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는데 여기에는 바로 ‘기후변화’가 있었다. 이 조합장이 선택한 것이 바로 ‘곶감’이었다.
철원군은 청정지역인 데다 10월 중순부터 낮 기온이 18도 이하로 유지되고 일교차 또한 커 감의 떫은맛이 빠지고 천연 포도당 형성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감이 생산되는 곳은 아니지만 곶감을 만들기에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 곶감 가공하는 직원들.
신철원리에 위치한 건조장 시설에서는 유창혁 기술지도과장을 중심으로 생산 단계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며 자식을 돌보듯 곶감 생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좋은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감을 무게별로 분류하고, 깎고, 덕장에 거는 등 모든 단계에서 세심한 관리와 노하우를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조합장은 “사람들은 추운 곳일수록 단것을 찾게 되는데 당분이 열을 내고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철원군이 감이 많이 나는 곳이 아니지만 곶감이 이 지역 특성에 맞는 식품이라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철원군은 가장 큰 소비시장인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생감을 가져와야 하는 물류비의 부담은 천혜의 기후로 인한 곶감 생산비용의 절감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온난화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곶감을 건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철원군은 우선 춥고 건조해서 말리는 과정에서 곶감이 상할 염려가 적고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고품질의 곶감을 가까운 수도권 시장에 더 빨리 내보낼 수 있다.

이양수 조합장이 여기에 더해 북한에 묘목 지원을 위한 ‘통일양묘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철원군은 남북 인접 지역에 위치해 있어 통일에 대비, 장기적 안목에서 황폐한 북한 지역의 산림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묘목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철원군은 지난 4월 아시아녹화기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녹화기구는 통일양묘장 조성, 철원군은 행정 및 기술지원, 철원군산림조합은 부지 제공 및 양묘장 운영관리를 서로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 조합장은 “큰 묘목시장을 갖고 있는 남쪽지역에서 생산된 양묘는 북한지역에 적응해 뿌리내리고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북한과 기후조건이 남한에서 가장 흡사한 철원에서 생산된 묘목만이 북한의 추운 기후에 적응해 뿌리 내릴 수 있고, 기후변화를 철원군의 기회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 조합장은 북한에서 목재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낙엽송은 남쪽 지역에서는 키울 수가 없어 북한과 기후대가 겹치는 철원만이 유일한 대안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철원군산림조합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임산물과 철원특산물 철원오대쌀, 삼지구엽초를 산림마트와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등 지역민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북한은 통일되면 우리 땅이 될 것이고, 북한의 산지는 이미 현재 35%가 황폐화되어 있고 경제난 때문에 그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도와서 북한의 산을 살려놓지 않으면 통일 후엔 그것이 또한 우리의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곶감부터 전 지구적인 탄소배출권 사업까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철원군의 산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지역경제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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