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현 한국농업교육협회장 수원농생명과학고 교장

칭얼대는 아기를 달래려는 자장가 소리를 들어본지 오래다. 희끗한 머리에 깊게 패인 주름이 얼핏 봐도 장성한 손자가 있을 법한 어르신이 경운기를 몰고 바삐 들녘으로 향한다. 요즘 농촌의 풍경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대부분 허리가 구부정하신 어르신들이 빈 유모차에 의지하여 힘들게 밭일을 나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07만 농가가 있다. 그 가운데 경영주 연령이 40세 미만인 농가 수는 1만 1,296가구, 그 비율이 고작 1.06%정도에 불과하다.

반면에 65세 이상인 경영주는 55.5%에 이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이를 아예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그 동안 많은 후계농업인 육성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이에 따라 1981년부터 2013년까지 13만 6천 542명의 후계농업인을 선정하여 육성하였고, 최근에도 매년 1,500명 내외로 후계농업인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농업인으로 신규 취농자는 목표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갖가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농사짓는 젊은이는 보기 힘들까?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원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따르지 않다. 다산 정약용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편농(便農, 농사의 편의를 도모함), 후농(厚農, 농민을 후하게 대함), 상농(上農, 농업을 숭상함)”을 제시하였다.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는 농업을 국가?사회적 근본 산업으로 인식하고 농업인을 우대하며, 도시민 못지않게 소득이 보장되고, 농사 일이 육체적으로 너무 고달프고 힘들지 않아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에 따라 로봇이나 드론이 농사의 힘든 일은 대신해 주고, 생명과학, 기후 예측,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농업을 근본으로 인식하고 농업인을 우대하는 국가ㆍ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농촌에 젊은이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젊은 농부가 아예 없어진다면 국가의 근본은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가, 사회의 근본 정책으로 농본(農本) 정책을 펴야 한다. 농업인을 우대하고 젊고 유능한 후계농업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현재의 농업 교육 체계에도 눈을 돌려 냉철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교양농업교육을 강화하고, 농업계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후계농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병역 면제, 영농자금 지원 등 우대 정책도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공적인 농업교육체계로서 농업계 학교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국립농고 육성, 한국농수산대의 확대 등 후계농업인력 양성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농업계 학교의 교육과정, 교육시설, 취업 및 창업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농업유관단체, 농업계 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후계 농업인 양성을 위한 큰 그림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농업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재 스스로 농업에 뛰어드는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인류의 삶에 기본이 되는 농업의 굳건한 발판 없이 부강한 나라를 유지하는 사례가 과연 있는가? 현재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농사 지어 돈 벌게 해달라는 중농(重農)만이 아니라, 생명 산업인 농업을 통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농본(農本)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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