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연합회, 농축수산물 김영란법에서 제외해야

▲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는 농업인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추석 전 선물 상한 기준을 1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지만, 정작 담당 부처인 국민권익윈원회는 김영란법 개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9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란법으로 농축수산업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추석 전까지 김영란법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이홍기 상임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인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농업ㆍ농촌 문제를 직접 챙기고, 특히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시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문재인정부가 농업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다뤄줄 것으로 믿고 있지만, 현재 추석이 목전에 와 있어 그 어느 문제보다 김영란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김지식 회장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에서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년대비 판매액이 14.4% 줄었고 특히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25.8% 줄었다. 화훼 또한 1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정부패를 도려내야할 김영란법이 법의 취지와 무색하게 농업ㆍ농촌만 죽이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전국한우협회 김홍길 회장 역시 “김영란법 시행 후 1년을 돌이켜보면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법에 탈피해 수입농축수산물 촉진법으로 변형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약속한 것처럼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할 것이며, 또 김영록 장관과 수많은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김영란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지 말고, 추석 전 시급히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국화훼협회 임영호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통령이 되면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에서 제외시켜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난 뒤 1년 더 연장하겠다고 슬며시 말을 바꿨다”며 “우리 농업인들은 이런 문재인정부를 믿고 따라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농축산연합회는 문재인 정부가 추석 전 김영란법 개정을 이뤄내지 않는다면 국내산 농축수산업의 고충은 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추석 전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고,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소상공인은 김영란법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요구에 부응하듯, 같은 날 농식품부 김영록 장관은 충청남도 천안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충청남도대회에서 김영란법의 식사비, 선물비, 경조사비 등 가액기준의 현실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농축수산 분야 피해가 커 선물비를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추석 기간에 농어업인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다음달  중 가액 기준 현실화를 위해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며 “농축수산 분야에 큰 피해가 되는 선물비의 상한액을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되, 대신 국민의 부담이 큰 경조사비 상한액은 현행 10만원에서 낮춰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지향하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살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개정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 개정에는 난항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법 보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안 됐고, 추석에 선물을 주고받는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막연히 추석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특정 직종의 부진 등의 관점에서 가액을 조정한다면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 손상을 준다”고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장 수용할 뜻이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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