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산업 성장 이끌어온 계열화, 왜 흔들리나

“한우, 젖소를 30여년간 키웠지만 시장과 소득이 불안정한 탓에 늘 불안했죠. 그러다 8년전에 육계 사육으로 전환했는데 이 산업이 기가 막힙니다. 아무 걱정없이 닭만 잘 키우면 돈이 들어옵니다. 35일간 일해서 수천만원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는게 쉽지 않죠.”

전북 익산에서 육계 15만수를 사육하는 권혁길 대표는 육계 사육을 통해 연간 4억원 가량의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한우나 젖소 사육을 고집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동물복지농장으로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가치를 더 높이고 싶어 과감하게 도전한 것이다.

여기다 아들까지 닭 사육에 동참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아들이 양계인의 길을 걷겠다고 나선 것. 권 대표는 아들의 동참에 힘이 절로 난다.

권 대표는 “한우나 젖소를 키울 때는 사육기간이 너무 길고 환경 변화가 심해 안정적인 소득을 장담할 수 없어 늘 불안했지만 닭 사육은 짧은 기간에 큰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최고의 직업으로 손색이 없다”면서 “아들까지 육계 농가로 참여시킨 것은 미래가 매우 희망적인데다 아들도 닭 사육이 직업으로써 매우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代)를 잇는 닭고기산업으로 성장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닭고기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권 대표처럼 어엿한 직업으로써 가치를 인정받고 대(代)를 이어 자식에게 당당히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산업화를 이뤘고 농가소득 또한 타산업 못지않게 높아 양계업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양계농가는 비싼 몸이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대를 잇는 경영이 양계산업에서 흔한 일이다.

양계산업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계열화사업이 도입되면서 안정적인 유통시장이 형성되고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다. 결국 닭고기산업이 돈이 되는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계열화사업은 수평적 또는 수직적으로 구분된다. 유럽 농가들의 대부분 수평적인 반면 미국은 수직적을 고수하고 있다. 이 두 제도는 장단점이 있는데 국가별 여건에 따라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직적 계열화사업을 도입했다.

흔히 수평적 계열화사업은 농가들이 사료나 병아리를 직접 구매하고 사육까지 완료한 이후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도계장에 닭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료나 병아리 등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농가들의 부담이 커지는 맹점이 있다. 수직적 계열화사업은 계열주체가 병아리, 사료 등을 공급해주고 닭 출하이후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대한양계협회는 농가들이 시장 교섭권이 확보되는 유럽의 수평적 계열화사업이 도입되고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열주체들이 일방적으로 공급해주는 사료와 병아리가 적당한 가격인지 따져보지도 못하는 수직적 계열화사업을 불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90% 이상 수직적 계열화사업이 정착된 현실에서 양계협회의 주장이 현장에 반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수평적 계열화사업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11년 탄생했던 육계협동조합도 기지개조차 펴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갈등은 시작된다는 말처럼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계열화사업에 대한 논란은 늘 반복될 수밖에 없다.

 조수익 250% 성장시킨 계열화사업

계열화사업이 도입된지 20여년이 가까워졌지만 농가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잘못됐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지난 과거와 같이 대규모 농가들이 모여 계열화사업을 부정하는 사례는 사라지고 일부 농가들의 주장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과연 육계 계열화사업은 농가들이 늘 부족하다고 하소연할 만큼 제대로된 분배를 하지 못한 것일까. (사)한국육계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계열화사업이 도입된 이후 농가들의 소득은 비약적으로 신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지난 2000년 농가당 조수익은 5,0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17,500만원으로 무려 250%나 증가했다. 농가당 조수익은 증감율은 16년간 물가상승률 42%를 상쇄하고도 128.6%가 늘어난 수치다.

사육 회전수도 2000년 4.1회에서 2016년 6회로 늘었으며, 사육규모도 3.4만수에서 6.1만수로 증가했고, 3.3㎡당 생산량도 2000년 350kg에서 2016년에는 569kg으로 62.6% 증가했다.

닭고기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해오면서 농가들의 실질적인 소득인 농가당 소득은 2000년 3,180만원에서 2016년 11,110만원으로 증가했다. 야반도주를 일삼을 정도로 모든 조건이 열악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닭고기산업이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계열화사업을 빼놓고 논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억대 농가들이 즐비한 양계산업은 여타 농업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국내 전체 산업을 통틀어도 육계 산업처럼 단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불만을 위한 불만 더 이상 안돼

최근 양계협회를 중심으로 H사의 상대평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육비 평가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본인조차 사육비를 계산할 수 없는 제도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사료 품질, 병아리 품질 등이 균일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고 사육여건이 각기 다른 농장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상대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H사의 상대평가는 아주 형편없는 평가방식이며, H사 계열농가들의 소득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을까? 정작 논란의 당사자들은 상대평가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H사 농가들의 반박이다.

물론 1등부터 100등까지 서열이 정해지면 하위 등급의 대상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왜 우리만 낮은 대접을 받아야 하냐는 불평·불만은 당연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자아비판도 필요하다.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 논란이 거세지만 두가지 평가방식의 공통점은 1등부터 100등까지 서열이 정해지기 마련이고 똑같은 평가를 받고,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 막대한 시설을 투자한 농장, 사육규모를 늘리기 위해 투자한 농장,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해 불철주야 배움을 실천한 농장 등 각자의 노력이 깃들어져 있는 것을 무시하고 같은 평가와 같은 평가를 해달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며 농가간 분쟁을 더욱 확대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다만 계열회사별 평가방식을 면밀히 살펴 장단점을 파악하고 상대평가나 절대평가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면 될 것이다. 계열주체별 농가협의회가 구성된 만큼 계열주체와 농가협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협의안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 통해 합리적방안 모색해야  

닭고기산업의 폭풍성장 속에서도 농가들의 불만이 여전히 감지될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구성원들이 100% 만족하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갑질 논란’, ‘공정거래’ 등 의 논란으로 계열화사업까지 불통이 튀어 계열주체들이 크게 위축받고 있다. 계열주체들의 위축은 곧 산업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농가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 질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닭고기산업은 ‘공존공생’, ‘상생시대’에 진입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의지 없이는 산업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농가들의 불만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계열화사업 성장에 늘 발목을 잡는 ‘농가들의 불만’을 이제는 털고 가자는 주장도 명분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계열화사업 참여로 매우 만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농가들이 대부분인 현실은 뒷전으로 밀리고 일부의 불만이 전체의 불만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계열화사업의 취지는 닭을 잘 키워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닭을 잘 키워야 소득이 올라가는 기본적인 시스템.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계열화사업은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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