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석 한국사회적경제협동조합 (K-Coop) 이사장

농업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지만 인류의 생활을 급속하면서도 광범위하게 변화시킨 공업이었다.

농업은 공업혁명의 최대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동식물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최고 공헌산업이다. 그럼에도 농업의 문제는 생산의 3요소(토지, 노동, 자본)는 고투입이지만, 시장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으며, 공업화에 따른 이상 기류와 기후 변화에 의한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농부는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이나 ‘상품’에 대해 시장에서의 가격결정권이 없고, ‘품질’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도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현상은 농업이 먹거리의 납품업으로 평가절하 됐고, ‘시장경제’에 종속된 농사를 짓다보니 친환경 농업경작에 한계가 봉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7년 전 세계 곡물 생산은 21억 톤이었는데 사람이 소비한 곡물은 10억 톤이었다. 지구상 인구의 10억 명이 굶주림에 허덕일 때, 세계 곡물의 절반은 그들로부터 멀어져 바이오 연료, 동물 사료 등 더 나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모순된 행위의 근저에 ‘이윤’과 무한경쟁의 ‘세계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각 국가와의 FTA 체결로 시장의 변화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출산율 저하가 근본적인 사회 문제로 안고 있는 일본 농촌의 현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식품산업 + 도농교류 + 로컬푸드 + 지역개발 + 협동조합 + 사회복지의 종합적 모델의 적용과 실현으로 난제를 풀어낼 수 있다.

농촌의 활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가치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교육, 훈련이 선행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기업(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의 운용방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과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은 성공적인 경험들이 충분할 정도로 실습되고, 인큐베이팅 되어야 한다.

농촌의 발전시스템 방안으로는 첫째,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농업인이 농장을 함께 경영하는 생산과 소비의 통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도농 간의 소비자, 생산자 협동조합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친환경 지역농산물에 대한 신선도 유지와 유통을 간소화는 로컬푸드 운동의 활성화 정책이다.

셋째, 도시민과 연합하고 연대하는 생활농업을 확대하고, 도시주민이 가지고 있는 자연·사회과학적 지식과 농촌지역 주민이 가진 토착지식을 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효율적인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하여 혁신할 수 있는 농업이다.

넷째, 적자생존의 농업으로부터 허물을 벗고, 상호호혜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농업발전 패러다임으로 공존, 공생할 수 있는 방식의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공공의 영역과 기업의 영역 그리고 비영리단체의 영역을 포함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을 적극 육성하여 경제의 사회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농산어촌형 협동조합을 설립·활성화할 수 있는 민관협력(거버넌스)의 체계구축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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