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건국대학교 국제비즈니스대학 국제통상학 전공 명예교수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을 막론하고 종자가 좋아야 결과물도 좋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우리 조상들은 어쩌다 흉년이라도 들 때면 아무리 궁해도 종자에 손을 대서 궁휼을 해결하려 하지는 않았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종자에 대하여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져야 했다. 

국내에 개량종 닭이 들어온 것은 1952~1955년 6ㆍ25 전쟁 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외국 원조기관을 통하여 개량 종 닭으로서 레그혼,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레드 등 품종의 종란 22만개가 도입된 것이 처음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양계산업 발전의 발판이 되었으며, 닭고기의 수요가 증가되자 산란계 병아리 암·수컷을 감별한 후 암컷은 산란계로, 수컷은 육계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이를 전업으로 하는 양계 사육 업이 소비지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근교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속칭 “영계”라는 신조어가 나왔는데, 영계는 부화 후 50~66일령, 생체중 500~700g 정도 된 닭으로 주로 영계백숙 요리용으로 소비되었다. 

현재 전국에는 300 여호의 종계농가가 계열업체 또는 대행업체와 종란납품 계약방식(계열화 방식)으로 대략 1천만수의 종계를 사육하고 있는데 이 중 71.2%정도가 계열화방식으로 종란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종계·부화산업이 계약을 통한 종란납품계약사업(계열화 방식)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인데 그동안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나 현행 축산계열화사업법에는 ‘종계’가 대상품목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농가와 계열업체간의 분쟁이나 AI와 같은 질병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가 지원할 근거가 없이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육계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이 가능했던 것은 양질의 병아리를 생산ㆍ공급해주는 종계산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육계사업은 축산업 중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주목 받게 되었는데 이는 종계업과 부화 업이 계절적인 병아리 생산체계를 탈피하여 연중 병아리를 공급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계열업체 또는 대행업체의 종란납품 형태 비중이 증가되면서 회사형 계열업체가 종란생산까지 손을 대면서 종계농가의 사육기반이 위축되고 소득 감소의 우려가 증가되고 있다.

기업 축산의 가축 사육부문 진출문제는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자들은 대기업이 농업생산 유통부문에 참여해야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기업자본이 농업생산에 침투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현장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농업은 농촌지역의 소득기반인 동시에 식량안보의 보루이며, 국가의 균형적 발전에 필수적인 산업이다. 이러한 기능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소수의 대규모 기업이 아니라 다수의 다양한 소규모 농업경영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때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양계산업을 발전을 위한다면 농업의 종자에 해당하는 종계ㆍ부화 업을 농가중심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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