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예산 0.1% 확대…월20만원 농업인수당 가능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국회 농민대토론회-농정개혁과 개헌’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농업이 미래 성장가치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농정 개혁을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직불금 확대와 농민수당 도입, 농업재해보험 개편, 농업문제 헌법적 이슈화 등을 촉구했다.


■ 농업직불금 보다 농지직불금 필요

▲ 참석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기대감에 대한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오용석 전국농민회 강원도연맹 정책위원장은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농업직불금을 논과 밭을 합친 농지직불금으로 전환하고, 농가직불금(농업인수당)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오 위원장은 “현행 직불금 제도는 예산이 적어 소득보전이 미흡하고, 면적 중심의 운영으로 인해 대농과 소농간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현재 논과 밭으로 구분돼 있는 10여개의 농업직불금을 농지직불금으로 통합하고, 농가직불금(농업인수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FTA피해보전직불금의 경우 현실성 없는 기준과 피해액 산정 등으로 인해 직불금 지급 규모와 기준 설정에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농가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 11.5%, EU 10.2%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3%에 그치고 있다. 또 농업예산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15.3%, 일본 32.4%, 스위스 42.9%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9.5%에 머무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과정에서 현행 직불제를 환경과 생태보전 등의 공익적 가치가 반영된 직불제로 개편하고, 농업예산을 직불제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예산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불금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오 위원장은 중소농에 대한 지원책으로 농가직불금을 도입해 평균소득 이하의 농가에는 월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상은 전체 108만7,000호 가운데 평균소득(2015년 기준 3,721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64%, 69만5,000호로 추산했다. 이에 대한 재원은 국가전체 예산에서 3.6%를 차지하는 농업예산 비중을 0.1%~0.2%만 높여도 15조7,065억~16조1,310억원이 되는 만큼 가능하다는 뜻이다.

■ “쌀값 폭락 원인은 저가수입쌀”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쌀 과잉재고와 쌀값 하락은 매년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41만톤의 저가 수입쌀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학철 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쌀값 하락의 원인을 풍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평균 97% 정도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쌀 자급률이 90%대인 우리나라에 40만8,700톤의 저가수입쌀을 재고미가 쌀값 하락의 원인이다”고 말했다.

이 물량이 쌀 수요량의 10%를 차지하고, 3분의 1 가격이어서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농업인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그리고 쌀 시장 전면개방을 유보한 상태에서 수입하던 41만톤의 쌀이 전면 개방후에도 계속 수입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피터슨연구소는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착수한다면 자동차, 쌀을 포함한 농산물, 금융 부분에서 미국 측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정 사무총장은 쌀 1kg당 3,000원, 즉 80kg당 24만원을 유지해야 농업인들의 생계가 유지되는 만큼 식량자급율 목표치를 법제화하고,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데 농업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는 쌀 생산면적을 3만5,000ha를 줄였고, 농업진흥지역도 10만ha 해제시켰다. 또 쌀 목표가격 인하와 변동직불금 폐지를 시도했지만 농업인들에게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정 사무총장은 “쌀 1kg당 가격 3,000원이 보장되면 변동직불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쌀값 3,000원을 보장해 변동직불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사전에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 사무총장은 쌀 재고미 해결을 위해 남북 쌀 교류, 공공급식 확대 등을 요구했다.

■ 농어업재해보상법 도입 현실화

지난 4일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에서는 130여명의 농업인들이 모여 우박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농업인들은 농작물재해보험의 불합리성을 성토했다.

김대호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기간산업으로 농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연재해와 산업재해로부터 해방이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는 재해가 발생하면 보상이 아닌 복구비로 지원되는데 우박 피해에 대한 국고지원 기준은 시·군당 농작물 피해면적이 30ha 이상일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복구비는 밭작물의 경우 ha당 220만원, 과수 농약 비용 1ha당 63만원, 채소는 30만원으로 일회성 방제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또 농가당 피해율이 50% 이상에 한해서만 80만4,000원 수준의 소액 생계비가 지원된다.
김 위원장은 “자연재해에 대한 정부지원은 복구를 기준으로 하는 대책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하는 보상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농어업재해대책법을 농어업재해보상법으로 바꾸고 생계비, 복구 지원금을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농업현장에서의 산업재해 보상의 개편도 요구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2015년 농작업으로 부상을 입은 농업인은 3만8,000명에 달하고, 이는 전체 농업인의 1.9%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농업인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 농업재해율은 산업재해율의 약 2배, 특히 임업재해율은 산업재해율의 약 4배에 달하고 있어 실제 부담하는 보험료 수준 역시 높다는 보고도 있다.

김 위원장은 “농어업인재해보험은 사회보장제도의 형태로 전담기관이 운영하는 사회보험이 돼야 한다”면서 “재해의 범위 역시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해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 농정개혁은 농업인이 주도해야

현행
▲ 우박피해를 입은 영주시 농업인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헌법에서 농업관련규정들은 식량주권이나 농업의 다기능성에 부응하는 헌법실천의 틀을 찾아내기 어렵게 돼 있다. 오히려 농업이 경제의 하위개념으로 규정되면서 시장개방에 휩쓸릴 위기에 봉착해있다. 또 개헌특위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한명도 없고, 분과별 소위 자문위원에 농업관련 전공자도 없다. 또 농업인단체 관계자도 없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농업은 단순한 제조과정과 다르고, 그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지원을 해야한다”면서 “헌법에 조항이 있어야 이를 근거로 농업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현행헌법 123조 4항에서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123조가 속해있는 헌법 제9장은 경제에 대한 장이다.

반면 스위스, 포르투갈, 터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브라질 등은 농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배려에 관한 헌법조항을 두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등은 나름대로의 입법적 성과이다”면서 “그렇지만 국가의 농업정책이 다른 산업정책보다 후순위에 있다보니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농업이 식량주권이 중요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처럼 경제적인 측면에서 식품의 상품화 틀에 따라 소득만 중요시 된다는 뜻이다.

또 한 교수는 농업문제는 헌정사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헌법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는 더 가열차게 정치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농업인 스스로가 농업문제를 헌법적으로 이슈화 하지 않는 한 누구도 이를 헌법명령으로 승화시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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