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정부, ‘무역균형’ 따지자며 공동위 개최 요구 등 압박공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FTA 재협상을 공식 통보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주미대사관을 경유해 접수한 이같은 내용의 서한에 대해 ‘재협상’이 아니라 이보다 협상규모가 적은 ‘개정협상’이나 ‘후속협상’이라고, 심각성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 농업계 시각에서 보면 자동차·철강만 다룰 것처럼 얘기하고, 농업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밀실협상’이 재현되는게 아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USTR은 이에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협정개정의 필요성을 살펴보기 위해 한미FTA 관련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정부에 알렸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서한을 통해 미국의 심각한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지적하면서, 한미FTA의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 상황을 검토하고자 한다며 협정문 규정에 따라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우선 업무를 전담할 통상교섭본부 설치 문제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이유로, 미국과 실무협의를 통해 개최 시점 등의 일정을 미룰 예정이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그러나, “미측은 ‘재협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FTA 조문상의 용어인 ‘개정 및 수정’을 사용하고, 이를 위한 ‘후속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협상의 경우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협상인 반면 개정협상은 ‘일부 조항’만을 협상하는 것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때 FTA 개정협상에 대해 논의한 바 없으며,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USTR대표에게 후속협상을 해달라고 한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재협상은 법적 개념이 아니라 이미 합의한 것을 다시 논의하면 모두가 재협상이란 게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애써 재협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이유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개정협상이 재협상이 아닌 따로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을 헷갈리게 할 뿐”이라며 “협상내용이 일부분임을 애써 표현해 철강·자동차만 얘기할 것처럼 인식시키고 성동격서식으로 다른 부문 예컨대 농축산물, 지적재산권, 법률 등 서비스시장과, 스크린쿼터 등을 추가 개방하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는 발언들”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이같은 모양새에 농업계에서도 마뜩잖은 반응이다. 특히 산업부의 형식적인 일정 소개와, ‘공동위원회 결정은 양 당사자의 동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등 협정문 조항을 열거하는 식의 보도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농업인단체 한 관계자는 “과거 FTA 협상에 나서면서 모든 설명이나 결과 발표도 이런 식으로 ‘괜찮다’로만 일관해왔다”면서 “미국은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하자’고 적극적으로 통보하고 있는데, 농업에 대한 어떠한 대응책도 언급조차 없는 우리의 상황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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