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 뜨나… ‘촉각’

문재인 대통령이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국민 모두 건강한 대한민국’이라는 농정 공약을 발표하고 대선 공약집의 농어업 분야 맨 앞에 내세운 ‘농어업특별기구’가 어떤 모습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물론 농어업 분야 단체까지 포함하는 위원회 형태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농어업특별기구는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개별 부처 차원에서는 다루기 힘든 정책들을 이끌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특별기구가 농식품부·해수부 등 부처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통령이 농어업 분야에 직접 관심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농업인단체들도 새 정부의 농특위 설치 공약은 개별 부처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농식품·농촌개발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범부처적인 협력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약속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처럼 농특위도 조속히 설치되길 바라고 있다.
본지는 창간 47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 공약 중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를  집중 점검해 봤다. 


■ 관료 중심 농특위 안된다

농특위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탄생했다. 김 대통령이 WTO 농어업분야 대책에 대해 범정부적 역할을 지시하면서 지난 2001년 12월 여야 합의로 ‘농어촌농어업 특별대책위원회’ 법안이 통과되고 WTO와 DDA 협상이 마무리 될 때까지, 라는 단서를 달고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재편되면서 그 위상이 한층 높았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농특위는 해산됐고 농림부에서 국장급이 파견되는 농축산식품비서관이 농식품부, 국회, 농업인단체 등과의 업무조율을 맡게 되면서 체계적인 여론 수렴이나 범부처 차원의 농정 심의 기능이 크게 약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지만 농특위는 살아나지 못했고 농업 외면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농업인, 농업인단체들은 농특위가 지난 과거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구로 재편돼 위상이 매우 높았던 농특위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근거로 농특위의 설치 및 운영에도 불구하고 농업·농촌의 어려운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고 농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농업인들에게 농업의 중장기 발전방향과 미래상을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농특위가 실망스런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원인 중 결정적인 것은 관료들의 입김이 너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농특위 상근인력 대부분이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채워져 주요 안건은 번번이 관료 주장이 중심이 됐고 결국 농업·농촌의 실상과 동떨어져 빈수레만 요란한 꼴이 됐다. 그나마 외부에서 위촉된 농업인단체 대표, 소비자 대표, 전문가 등이 올바른 의견을 내놔도 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전무했다.

■ 관료 배제한 민간전문가로 조직 구성해야
 
농특위의 본기능은 농업인과 쉼없이 소통하고 농업·농촌의 현실을 이해하면서 신규 정책을 발굴하고 기존 정책과의 중복 및 충돌을 조정하고 주요 농정정책의 우선 순위 등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농정을 직접 챙기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과거 농특위의 한계를 극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관료들의 주장이 반영되거나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신규 농정과제 발굴, 기존 농정의 조정 등을 포함해 농정 전반에 걸친 평가와 조정 그리고 기획 기능 등과 같은 핵심적인 역할은 민간 전문인력을 확충해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6월 20일 aT센터에서 열린 국민행복농정연대 ‘새 정부 농정과제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장경호 소장은 “적어도 농특위가 개혁을 담당하려면 정부주도, 관료들이 중심이 되는 구성은 절대 안된다”면서 “관료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개방·경쟁력 농정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젖어 있어 새로운 개혁과제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 소장은 농특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대통령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공무원과 농업인들에게 논의하라고 맡기면 내부에서 해답없는 지루한 입씨름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농정 공약에 관심을 갖고 임기내 농업·농촌의 정확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농정을 펼쳐달라고 주문해야 농특위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특위 설치와 관련 입장을 내놨다. 농식품부 이재욱 농촌정책국장은 “새 정부의 기본적인 틀을 국정기획자문위가 만들고 있고 농식품부에서도 별도로 구체화된 농정방향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면서 “기존 김영삼 정부 시절의 농발위와 노무현 정부 시절의 농특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농특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농식품부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250만 농업인, 새로운 농특위 새로운 역할 기대

농특위의 지난 과거 행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탄생할 농특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 하지만 농특위가 무슨 힘이 있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나 반문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새정부의 농특위는 과거 관료 중심의 인적 구성에서 벗어나 농업계와 전문가 인력들이 중심이 되는 새 틀을 짜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특히 농특위 위원장도 확고한 소신과 현장 감각이 있고 농업전문성을 곁들인 농업인단체장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농특위 위원장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정부 부처간 의견 차이가 있다면 교통정리를 해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만 직접 농정을 챙길 수 있고 농업인으로부터 인정받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농업계의 강력한 요구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통령 직속의 농어업특별기구 설립에 대한 구상은 구체적으로 드러난게 없다. 일각에서는 농특위가 농식품부의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기존 농업정책과 관련된 업무 이외에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농특위가 운영된다면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어찌됐든 대통령 직속 농업특별위원회가 기존의 ‘위원회’라는 이름의 협치를 빙자한 요식행위를 넘어서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체로서의 위원 구성과 활동이 필요하다고 농업계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농어업인 삶의 질 위원회’의 문제점들을 참조해 효과적인 거버넌스체계를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책성과를 평가하고 정책조정으로 연계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명실상부한 실효성 있는 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평가와 환류체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시적인 위원회로 꾸려져 농식품부만 아니라 타부처 농업농촌관련 정책도 함께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농특위는 농업계는 물론 농식품부, 농촌경제연구원, 학계, 전문가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해 문재인 정부 5년동안 농정 기조와 틀을 올바로 잡아야 한다”며 “농특위를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백년지계를 250만 농업인과 함께 설계하는 핵심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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