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이용권 사용 위해 관리·감독 강화해야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언제든지 탈 수 있는 대중교통, 즐비한 병원, 넘쳐나는 편의점…. 도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지만 농촌은 그렇지 않다. 공공 서비스 시설이 집중적으로 형성돼 있는 읍ㆍ면 중심지인 ‘시내’까지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자가용이 없으면 큰맘 먹고 집을 나서야 한다. 농촌주민들의 두 발이 돼 주는 마을버스의 하루 운행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택시도 있지만, 택시비가 만만치 않아 이용을 꺼린다.

이러한 문제에 대안으로 나선 것이 전남에서 시행한 ‘100원 택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어민의 이동권 보장과 교통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100원 택시’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농업인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농어민 복지 정책으로 내건 ‘100원 택시’ 정책에 대해 점검해봤다.


 아파도 병원 가기 힘든 ‘교통오지’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그 인근지역인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에 비례해 생활편의시설, 문화시설, 의료시설 등도 수도권에 밀집돼있다. 반면 농촌은 어떨까? 편의시설은 둘째 치고 작은 구멍가게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농림어업총조사’ 지역조사 부문 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의 마을 36,792개 중 주민들이 걸어서 15분 이내에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 수단이 있는 곳은 35,913개(97.6%)였다. 이중 시내버스 이용이 가능한 마을은 93.6%, 시외버스는 19.9%, 기차 3.0%, 여객선 1.3% 등이었다.

반면,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은 879개였으며,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은 2,349개나 됐다. 하루에 시내버스 운행 횟수가 1~3회인 곳이 4,390개, 4~6회인 곳이 9,208개에 달해, 시내버스가 운행한다고 해도 운행횟수가 적어 마을 밖으로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에서 읍ㆍ면사무소까지 소요시간은 대부분(92%)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40분 이상인 마을도 139개나 있었다.

교육시설인 초등학교는 자동차로 10분미만이 19,252개(52.3%)로 대부분 소요시간이 짧았지만, 10~20분미만이 12,666개, 20~30분미만이 1,944개, 30분이상인 곳이 470개에 달해 먼 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학교는 30분 이상이 1,661개, 고등학교는 6,760개로 상급학교일수록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시설 중 보건소와 약국이 자동차로 10분미만의 거리에 있는 마을은 각각 16,411개(44.6%)와 14,325개(38.9%)였지만, 20분이상 걸리는 마을도 4,677개(12.7%), 7,640개(20.8%)나 됐다. 병ㆍ의원과 한의원은 37.8%가 10~19분 거리에 있으나 종합병원은 30분 이상이 59.2%로 접근성이 현저히 낮았다.
재래시장은 35%의 마을에서 10~19분 거리에 있으며, 백화점ㆍ대형할인점은 51.5%의 마을에서 30분 이상 걸렸다.


  몸 불편한 노인들에게‘100원 택시’가 효자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농촌마을에서는 병원, 학교, 시장 등을 가려면 차로 최소 10분, 길게는 30~40분이상 나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가용이 없는 고령농업인들에게 ‘10분 거리’는 멀고도 먼 곳이다.

마을버스가 운행된다 해도 하루에 손꼽을 정도밖에 마을을 지나가지 않고, 또 마을 안쪽은 길이 좁다는 이유로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큰길가까지 보통 2km가 넘게 걸어 나가야한다. 힘든 농사일로 굽은 허리, 절뚝거리는 다리로 오랜 시간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사라질까 노심초사다.

한 지자체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현재 농어촌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동시에 고령화되고 있어 주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실정”이라면서 “또 이로 인해 농촌 지역 대중교통 사업 수익이 감소하면서 농어촌 교통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가 오지 및 벽지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조하는 등 농촌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여전히 대중교통 미운행 마을이 존재한다”면서 “운행되는 버스 횟수가 적어 갑자기 몸이 아파도 제시간에 병원에 가기가 어렵고, 시장에 가는 것조차 맘대로 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인들의 이동권 보장과 교통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전라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산어촌 주민을 대상으로 한 ‘100원 택시’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공약했다.


 ‘100원 택시’ 내년 전국에 도입 계획 낙후지역 주민 복지 향상에 기대

‘100원 택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라남도지사 재직 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으로, 농촌의 고령어르신들의 든든한 발이 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100원 택시’는 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이동권을 제공하기 위해 요금의 일부를 공공재정에서 보전 받아 운행하는 택시를 말한다.

지역별로 주민들에게 한 달에 일정한 이용권이 주워지는데, 이용권과 1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텅텅 비는 버스노선 신설보다 돈이 훨씬 덜 들어 예산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정책 만족도가 높아 지자체에서도 앞 다퉈 ‘100원 택시’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전라남도가 ‘100원 택시’ 이용자 2,6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9%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복수응답 형태로 이용 목적을 묻자 병원이라고 응답한 이용자가 45.9%로 가장 많았고, 시장 26.8%, 관공서 11.2%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곳이 많았다.
‘100원 택시’가 단순한 이동권 보장뿐 아니라 주민 복지 향상과 삶의 활력을 불어 넣는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택시 이용권 관리ㆍ감독 필요성 제기…‘운임 카드결제 시스템’ 도입해야

문재인 정부는 최근 ‘100원 택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내년 예산 반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낙후지역을 시범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대상 지역을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라남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100원 택시’를 도입 시 제기됐던 이용 불편사항을 수렴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용권 배부에 관련한 문제다. 전라남도의 경우 이용권 배부와 운행방법을 각 마을의 자율성에 맡기고 있는데, 일부 마을에서 이용권이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이용권 배부와 관리에 대해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남 구례군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마을에서 힘 있는 몇 사람이 100원 택시 이용권을 많이 배당해가고, 오히려 이용권이 절실하게 필요한 노인들에게는 적게 배당되는 등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다”며 “좋은 정책이 좋은 결실을 얻고, 또 투명하고 올바르게 정착하려면 정확한 지침과 관리ㆍ감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택시기사가 작성하는 100원 택시 운영일지도 작성이 복잡해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00원 택시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용권의 관리ㆍ감독과 운행일지의 간소화를 위해 ‘희망택시 운임 카드결제 시스템’을 도입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교통오지뿐만이 아니라 저소득층과 장애인에 대한 지원 확대, 중형택시(9인승 이하)를 활용한 노선 운행 등 100원 택시 전국 도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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