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존 정산조직과 확연히 다른 목적과 성격

정부가 ‘중도매인의 미수금 납입을 위한 정산조직’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확실하다. 이미 최초 도입이 논의됐던 시기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장하는 도입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쟁촉진’ 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체는 중도매인 소속제의 실질적인 폐지. 이것이다.

그럼에도 ‘중도매인의 미수금 납입을 위한 정산조직’ 이라는 정의를 따로 내린 것은 개설자의 섣부른 행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존 비상장거래(상장예외품목 및 시장도매인) 출하자 대금정산을 담당하는 정산조직은 2곳. 가락시장의 비상장거래 출하자 대금정산을 담당하는 ‘가락시장정산(주)’.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 출하자 대금정산을 담당하는 ‘(사)한국시장도매인정산조합’이다.

두 곳 모두 비상장거래 출하자 대금정산을 담당한다. 이는 지난 2009년 강서시장에서 발생한 시장도매인 ‘백과청과’의 부도사태에 기인한다. 당시 12억원에 달하는 출하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해 비상장거래의 출하대금 안정성 논란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비상장거래 출하자 대금정산조직 두 곳은 형태가 다르다. 가락시장정산(주)는 정부의 농안기금 100억원을 바탕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상장예외품목중도매인조합이 각각 15억원을 출자한 상법상의 주식회사이다. 반면 한국시장도매인정산조합은 52개 시장도매인이 각각 100만원씩 출자한 조합방식이다.

비상장거래 정산조직은 정산자금의 투명성과 안전성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안정적인 출하대금 결제를 통해 출하자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전문화·규모화된 정산조직을 통해 폐쇄적인 비상장거래 유통정보를 수집·전파하는 등,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 수행에 참여한다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장거래는 다르다. 상장거래는 이미 공익적 기능 수행에 충실하다. 비상장거래 정산조직 도입의 성과는 상장거래의 일반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상장거래 도매시장법인의 출하자 대금정산과 유통정보는 비상장거래 정산조직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된 실시간 정보를 생성·전파하고 있다.

단순히 ‘정산’ 이라는 단어에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중도매인 미수금 납입을 위한 정산조직’과 비상장거래 출하자 대금정산조직의 도입 목적과 기능은 명확히 구분되어 진다. 또한 ‘경쟁촉진’을 강조하는 정부의 도입 목적과 명분 어느 것 하나에도 ‘중도매인 미수금 납입을 위한 정산조직’과 비상장거래 출하자 대금정산조직은 들어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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